물살 사나운 강에 던져진 느리고 묵직한 돌덩이처럼 전용직의 시집 ‘산수화(황금알)’는 고요한 파문을 일으킨다.설우의 생활 세계를 반영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시집에는 너그럽되 느슨하지 않고, 엄격하되 가혹하지 않은 온후한 심덕의 품성들을 담고 있다.“나는 하얀 고깔 쓰고/한 손에 합죽선 들고/외줄 타는 광대/줄은 내가 가는 삶의 여정이지/줄 타고 춤출 수 있도록/힘을 몰아주는 어릿광대/그대가 있어 줄을 탈 수 있는 거야/타다가 힘들고 지쳐/주저앉을 때/탄력을 받아/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긴 줄도 오
김탁환 소설가는 황보윤 소설집 ‘모니카, 모니카(바람꽃)’를 이렇게 설명한다.“느닷없이 시작하니, 독자도 등장인물도 어리둥절하다. 불친절하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지만 황보윤은 불거진 상황을 힘차게 밀어붙인다. 양날의 검일까. 양면에 거울이 달린 문일까. 나아가는 문장과 물러서는 문장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김탁환의 말처럼 소설집에 실린 작품 속 인물들은 매우 아슬아슬하다.그리고 꽤나 불친절하다는 인상도 풍긴다.그럼에도 인간의 내면 심리를 파헤쳐가는 과정은 흥미롭다.또 이러한 흥미거리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십오 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 세에 문리가 트였고, 사십 세에는 미혹됨이 없었다.오십 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며, 육십 세에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고, 칠십 세에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더라.늘그막에 공자가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이와 배
전북 수필문학을 이끌어 가고 있는 문인들의 ‘첫 작품’ 속에는 떨림과 설렘,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다.신아출판사는 132명 전북 문인들의 수필 등단작을 실은 ‘다시 읽고 싶은, 그 시절 뜨거웠던 그 문학 열정, 나의 등단작’을 펴냈다.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있노라면 참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 곱씹어 생각해보니, 아마 ‘처음’이 주는 거대한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지역의 수필문학을 이끌어 가고 있는 작가들의 뜨거웠던 초심을 만날 수
최동현 시인이 30년 만에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를 펴냈다.한 때 시가 전부였지만 겨우겨우 시집 한권을 묶어낸 시인은 시집 속 시들이 “알갱이보다는 쭉정이가 더 많다”고 밝힌다.하지만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않은 채, 순결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시 한 수 한수에 사회적 풍토와 시각을 담아낸 시인의 시들은 풍성하기 그지없다.“지나간 한숨들을 지우며/강둑에 쌓인 눈은 아름답다/고릿적 깊은 근심/고운 연기로 깔리는 들녘,/길게 누워 바라보는/저녁답의 눈들은 아름답다/먼저 간
생활밀착형 에세이 봉달호의 ‘매일 갑니다 편의점’은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의 뒷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6년 차 편의점 주인이 카운터 너머에서 관찰한 손님의 일상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손님을 맞은 후, 자리에 앉고 다시 손님을 만나고 또 자리에 앉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4시간 동안 쓰고 또 써내려 간 성실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연관 지어 진열하는 버릇은 점점 ‘병’의 수준이 된다. 삼각김밥을 진열하는 데에도 나름의 규칙을 만든다. 일단 크
지난해 6월 우리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얻은 바 있다.이로 인해 산사는 이제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유산이 된 셈이다.이를 기념한 책 ‘답사기, 산사’가 출간됐다.저자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으로, 그동안 산사를 예찬해 온 유홍준의 답사기 중 절정만 뽑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지난 1994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답사기를 펴낸 저자는 우리 산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노
전국 역사교사들로 구성된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역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담긴 책 ‘역사교실’을 발간했다.역사에서 배우고 삶으로 가르치는 부재가 달린 이 책은 ‘살아 있는 삶을 위한 역사교육’을 기치로 지난 1988년 출발한 역사교사모임의 완성본이다.이들은 지난 1991년 전국 각 지역 모임을 하나로 묶어 ‘전국역사교사모임’을 결성했고, 현재 전북을 포함해 18개 지역 역사교사모임이 활동 중이다.이들은 역사교육의 지향점을 민주시민 양성으로 보고, 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
서예나 화제 자료를 집대성한 한국한시보감이 출간됐다.민족문화추진위에서 발행한 500여권의 한국문집총간을 저본으로 한 이번 책은 국내 최초로 사군자를 비롯한 시 소재별로 편집해 화제용으로도 충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1980년부터 본격 서예에 입문한 편저자 김홍광은 기존 시판되고 있는 한시책이 저본이 분명하지 않아 믿음이 부족하고, 각종 서예공모전에서 야기되는 오탈자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는 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왔다.또 사군자 화제 등을 위해 매화나 국화 등 시 소재별 한시 책의 필요성과 함께 기존 한시 책은 옥편을 활용해야 해
한국과 몽골의 소설을 모아 엮은 ‘한국몽골 소설선집’이 발간됐다.한국동인지문학아카데미가 편찬한 이번 책은 한국과 몽골의 문학교류가 시작한 지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한국과 몽골의 문학교류는 지난 2012년 시작됐다.그동안 종합문학지로 펼쳐왔으나 이제는 소설집으로 묶어 ‘한몽 문학’이 출간된 것은 그동안 양국 문학교류의 기틀이 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만큼 양국의 많은 작가들이 여기에 참여했다.창간호에는 몽골작가 서닝 바야르 외 18명과 한국작가 25명의 시인이 참여했다.2호에는 몽골 10명,
“사람 중에는 달큼한 꽃향내가 나는 사람도 있고 또 구수한 숭늉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음침한 비린내, 야비한 기름내, 심지어 퀴퀴한 구린내가 나는 사람도 있다.그런데 그 사람에게서는 왠지 푸성귀처럼 싱그럽고 풋풋한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어수룩하니 약지도 못하고 닳아지게 세련되지 않은 점이 꼭 들판의 거친 풀을 닮았다.쉬이 잊히지 않은 사람이었다.풀을 뽑다가 문뜩 하늘을 쳐다보면 슬며시 그 사람이 떠올랐다."(‘풀 냄새 나는 사람’ 중에서)송종숙의 ‘보라색이 어울리네요&rsqu
“여보, 발칸 쪽으로 가봅시다.”나이 지긋한 부부가 자동차를 타고 발칸반도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야기는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를 거치는 25일간의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쓴 여행기가 출간됐다.한준호, 김은주 부부의 ‘자동차로 떠나는 발칸반도 여행’은 일반 여행과 달리 자동차를 렌트해 반도를 누비면서 여행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저자는 유럽에서의 우리나라와 다른 주유소 사용 방식, 또는 독특한 교통 문화와 교통규칙 등 자동차 여행 정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