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서 얼굴은 뭉개지거나 난도질을 당하곤 한다.흔들리는 이미지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싸늘한 눈빛,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이 역력하다.‘프란시스 베이컨’의 일그러진 인체처럼 상식 너머의 세계가 이내 눈길을 사로잡는다.서양화가 박시완씨(42)가 전주에서 처음 열고 있는 개인전 풍경은 달콤 살벌한 세계가 한껏 펼쳐진다.이번 전시는 지난해 전주우진문화재단이 청년작가 35번째 초대작가로 선정해 이뤄진 것. 자화상을 비롯 ‘얼굴습작’ 시리즈 등으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박씨가 굳이 얼굴을 소재로 한 것은 ‘얼굴에 정신이 들어 있다’는 생각 때문. 짧지 않았던 공백기간 동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까지
드넓은 지평선이 보이는 풍요의 땅, 김제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국립전주박물관(관장 이원복)에서 ‘전북의 역사문물전’ 여덟번째로 ‘김제’ 특별전이 열리는 것. 김제와 관련된 전시유물 200여 점이 공개돼 지역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흘린 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이번 전시는 모두 7가지 테마로 구성됐다.제1주제 ‘김제의 지리와 역사’는 철종 12년에 제작된 대동여지도를 통해 벽골제와 김제지역의 위치와 지리를 살펴볼 수 있다.옛 지도와 각종 고문서를 전시, 김제군&
일상의 스치는 모든 것들을 기록한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날 일이다.허나 이를 담담하게 해내는 이가 있다.바로 김태호 교수(전북대 산업디자인과). 그것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내는 묘미가 압권이다.오스갤러리는 24일부터 사진작가 김태호 초대전을 연다.이번 전시에는 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선보일 예정. 순간에 대한 소유욕을 사진으로 발산하는, 고요하나 뜨거운 열정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그가 사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미국 교환교수 시절.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며 익힌 구도가 그에겐 사진 훈련이 됐다.그 감성을 바탕으로 사진에 몰두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그는 철저히 자연주의적 우연을 고집한다.그러다 보니 앵글을 멈추는 게 자연과 일상. 인위적 조
“강암 선생은 정말 생생하죠?” “가인 선생은 어떻고요.” “간재 선생도 실제 못지 않아요.” 어려운 시절을 살아낸 기개,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간 의지,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품위까지 그대로 전해져 온다.황량한 시대를 헤쳐온 대가들의 고집스러운 입매도 잘 드러나있다.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에서 12월 14일까지 전시중인 ‘전북의 얼과 인물특별전’은 선조들의 기상과 얼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이는 전북인물작가회가 함께 한 자리. ‘동학농민혁명’을 비롯 ‘애국항쟁’ ‘종교’ ‘학문’ &l
“문인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니고 그냥 그림입니다.” 31일까지 수 갤러리에서 한국화가 하수정씨(66)의 ‘그냥 그림(?)’을 만날 수 있다.‘그냥 그림(?)은 수묵으로 그린 문인화의 모습이 아닌 화선지 대신 천연염색을 한 삼베·모시·한지천이 쓰이고 수묵과 함께 아크릴 물감과 알 수 없는 서양화 물감이 스스럼없이 등장하는 것이다.또한 모든 작품이 붓과 나이프 대신 손가락으로 완성된 것. 하씨는 “붓으로 천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렵다”며 “우리 전통 그림 중에도 지두화가 있는데 유치원생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손가락으로 편하게 그렸다”고 말했다.이번 전시회는 &lsqu
고창과 정읍의 산하가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졌다.‘내장산 춘설’은 물론이고 ‘선운사 가는 길’ ‘선운산 일경’ ‘도솔산의 만추’ 등 한국화와 서양화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아름다운 전북, 스케치기행’을 7년째 꾸려오고 있는 동이회(회장 이재승)가 올해 주목한 지역은 정읍과 고창. ‘아름다운 전북전’으로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선보이고 있다.무엇보다 이 전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화폭에 역사성을 가미했다는 점. 자연풍광은 기본이고 지역사를 배경에 깔아 조상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음은 물론이다.이재승 회장은 “10년 기획으로 출발한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 ‘을해자병용 한글 활자’를 아십니까? 국립전주박물관은 한글날 562돌을 기념하여 지난 7일부터 마련하고 있는 ‘금속활자에 담은 빛나는 한글’전에 가면 그 실체를 만날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한글 금속활자 750여점과 이 활자로 찍은 책들이 선보이고 있어 한글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이원복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글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살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며 “선조가 이뤄낸 출판·인쇄 문화의 과학성을 확인하고, 한글의 소중함과 그 아름다움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
수확의 계절을 맞아 농업관련 간행물과 농기구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은 1층 로비에서 이달의 유물전 ‘수확의 계절, 가을’을 열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당대 최고 종합서적이었던 ‘농가집성’은 관심거리. 조선중기 문신 이지당 신속(1600~1661)이 엮은 것으로 ‘농사직설’ ‘금양잡록’ ‘사시찬요초’ ‘구황촬요’까지 들어가 있어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풍구 작 흡 되 말 섬 등 다양한 농기구와 함께 ‘월간 새농사’ ‘월간 새농민’ 등이 전시돼 향수를 자극한다. 이동희 관장은 &ldq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김광균의 시 ‘산’중 일부) 산에 대해 이처럼 멋있게 표현한 시가 또 있는가? 허나 맥없는 단정은 마시라. 산을 아름답게 빚어내는 이가 있으니…. 도예가 이춘숙씨(53)가 바로 그이다. 전주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에서 산 시리즈로 지난달 30일부터 두번째 전시를 갖는 중이다. 그곳에 가면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 내려온 산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운무를 걸치고 있는 것도 있고, 솟을 대로 솟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등 형상도 기기묘묘하다. 무엇보다
‘기악의 꽃’ ‘허튼 가락’으로 불리는 산조, 그것도 명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27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마련된다.주제는 ‘산조, 명인과 함께 거닐다’로 중요무형문화재 거문고산조 전수교육조교인 김선한 교수(이화여대)와 김무길 이사장(옥보고기념사업회)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산조는 ‘한갑득류’. 김우진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의 사회로 거문고산조의 진수와 함께 할 수 있다.김무길 이사장은 “19세기 말경 등장한 산조는 처음 가야금으로 출발해 점차 다른 악기들로 영역이 확대됐다”면서 “오늘날 연주되는 거문고 산조는 한갑득류와 신쾌동류가
혹 ‘지두화(指頭畵)’를 아시는지? 말 그대로 손가락을 붓으로 사용하는 그림 기법에 다름 아니다.전주우진문화공간(이사장 양상희)이 손가락을 붓삼아 그리는 한국화가 조우호씨(선화예술고 교사)를 초청, 18일부터 34회 청년작가초대전으로 이끈다.‘지두화’는 옛 중국은 물론 조선시대 심사정이 즐겨 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화법. 갈필의 빠른 붓놀림으로 그린 것 같은 소나무를 실은 손가락을 이용해 그린 조씨의 그림들이 관객과 만나는 기회다.그가 꼽는 진정한 예술미는 작가 주관과 자연적인 객관과의 통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소리까지 시각화하는 묘미가 매우 뛰어나다.그 뿐 아니다.우연찮게 찍힌 작가의 엄지나 검지의 지문은 그가 역사의 증인으로
화학제품 범람으로 생활의 뒤안길로 밀리고 있는 ‘옹기’. 이 옹기를 통해 조상의 슬기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원광대박물관(관장 나종우)에서 열리고 있는 ‘숨쉬는 그릇, 옹기’가 바로 그것. 여러 가지 용도의 옹기들이 오는 이들에게 옛추억과 재미를 선사한다.전시장에 나와 있는 옹기들은 6백30여점. 전국적으로 수집됐으며 술독을 비롯 소주고리, 똥장군, 양념단지, 옹기 제작 도구, 옹기 기화 등 구석구석 쓰임새가 있는 옹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가정신앙에 쓰였던 옹기들로 집안 장독대를 재현한 전시장. 정화수를 올려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칠성단지’를 비롯해 쌀을 넣어 풍년을 기원한 &lsq
‘한지야 놀자’. 한지공예가 김희자씨(46)가 한지를 가지고 재미있게 논다.놀다 보면 기가 막힌 놀이 기구가 탄생한다.이 놀이기구들이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관객들을 눈을 즐겁게 함은 물론이다.시계, 조명등, 필통, 명함상자, 접시에 이르기까지 전통 공예품을 바탕으로 현대적 기법으로 제작된 생활 용품과 문화상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특히 이번 전시회는 한글을 사용한 생활용품들이 관심거리. 우리나라 전통 한지와 한글이 만난 생활용품들은 작가의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시야와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또한 이층장, 머릿장에서 보여주는 형태와 섬세한 문양, 아름다운 색채 조합에서 작가의 표현능력은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다.김씨의 이번 작품들은 한지의 물성을 이용한
삶의 긍정성은 적당한 나이대가 오면 찾아오는 것인가. 혹은 마음맞는 사람과 있으면 자연스레 발하는 것인가. 인연과 예술, 삶을 주제로 다룬 이들 작업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술술 풀려나간다.김완순 교동아트센터 관장을 중심으로 뭉친 5명의 여인들. 도예가 강정이씨를 제외하면 김연씨와 송수미씨, 유경희씨 모두 섬유공예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이들이 9~21일 교동아트센터에서 초대기획전으로 ‘그녀들의 시선’전을 연다.하나의 집약된 무리로만 그쳤던 이들이 앙상블의 절정을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다.더구나 ‘창립전’이라는 점에서 거룩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그것도 이름하여 ‘크로마 창립전’. 같은 채도의 색상처럼 함께 호흡하는 공통점
“흙을 빚은 게 아니라 마음을 빚어냈지요. 작업할 때마다 너무 행복했어요. 이젠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기쁨으로 벅찹니다.” 5일까지 전주덕진공원 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는 전북척수장애인협회(회장 한승길) 회원들로 이뤄진 ‘아홉손가락 도예교실’ 회원들의 소감이다.이번 전시에 참가한 사람들은 오쌍심씨(54)와 동갑내기 정금렬·김금순씨를 비롯 소양인씨(52), 박영란씨(38), 최금숙씨(38), 서점례씨(62), 허영숙씨(61) 등 8명. 밤낮없이 흙과 씨름하며 꽃병 다기 장신구 등 생활자기를 빚어왔다.이들이 ‘아홉손가락’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부족함에 대한 변명. 허나 전시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정성에 감탄할 지경
“인간은 자연과 하나가 될 때 행복하잖아요.” 신화와 자연으로의 귀환을 모티브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한국화가 이희주씨(52)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그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곳은 전북아트페어 A-2 전시장. ‘인간+자연 시리즈’를 콜라쥬 화면에 담아 생성하고 소멸하는 유기체적 생명성을 나타냈다.이씨의 작품 특징은 입체적인 화면과 이미지의 구체화. 이씨는 “동양미를 강조하기 위해 전주 한지를 붙이고 그리기를 반복해 입체감을 표현했다”며 “평면성과 입체감의 조화를 바탕으로 신비함과 생동감, 환상과 신화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또한 파스텔의 모노톤 묘사기법도 자연으로의 환원이라는 작가의 의도
“낚시터에 물이 빠지니 물새가 발자국 남기고, 게굴에 흙이 비니 물억새가 들어나네(魚磯水退禽留跡 蟹穴浘空荻露根).”낚시터에 물새 발자국이 남고, 물억새가 들어가 나는 풍경, 얼마나 아름다운가. 개발방식을 놓고 고민중인 새만금에 드리우는 희망찬가가 아닐 수 없다.이 글귀는 조선전기 문신인 양사준의 구절. 서예가 박영진씨가 새만금 성공 기원 의미를 담아 전시에 내놓았다.전북서가협회(회장 김계천)가 4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새만금 성공을 기원하기 위한 ‘서예 초대작가전’을 선보이고 있다.이 전시의 특징은 초대작가전답게 서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작품들이 즐비하다는 점. 일필휘지의 매력뿐만 아니라 ‘내 마음에 피는 꽃’ &
도내 미술작가들의 향연이 시작된다.29일부터 7일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2008 JBAF 전북아트페어-소통전’이 바로 그것. 올해 5회째로 다양한 작품관람과 작가와의 대화 등 전북미술시장 형성과 함께 판매를 통한 예술 작품 소장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참여분야는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조각, 공예, 문인화 등이며 지난달 31일까지 참여작가 전시도록 자료제출을 마감하고 부스 추첨을 통해 29일 전시 작품에 들어가는 것이다.이번 아트페어전 참여작가는 총 32명. 작년 64명에 비해 참여율이 반 정도 줄었다.송관엽 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은 “참여작가가 많아 작년까지 1부, 2부로 기간을 나눠 전시회를 진행했는데 관람객들이 주로 1부 때만
“그와 함께 눕고 싶다. 원앙금침이 있으니 가히 환상적이지 않은가. 아뿔싸, 성경책은 어쩐다.나비에 백합까지는 좋았는데, 성경은 아무래도 좀….” 서양화가 강경숙씨(피카소미술학원 원장)의 ‘휴(休)’는 욕망으로부터도 자유롭길 권한다.군산구상작가회(회장 김영성)는 제2회 군산관광자원전을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군산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연다.이 전시는 ‘군산 방문의 해’를 기념하여 마련한 것. 군산의 발전상과 관광자원을 화폭에 담아 보여주자는 의미를 더했다.김영성 회장은 “군산관광자원의 아름다움을 조형적으로 관찰하고 사색한 감흥을 시각적으로 화폭에 담았다”면서 “지역문화의 힘이 문화산
◇김관(金瓘) 초상(1914년작 비단에 색, 132×75.8㎝) 한국 초상인물화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김관(金瓘, 1425~1485) 초상화는 호피로 장식한 의자에 정좌를 한 모습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 가슴에서 보이는 학(鶴) 흉배의 장식으로 보아 문관 관복의 면모를 잘 알게 한다.이 작품에서는 원근법으로 처리한 화문석 뒷면을 엷게 칠해 넣은 점이 이채롭다.우측 상단과 좌측 하단에 발문(跋文)이 있고 석지 채용신(石芝 蔡龍臣)의 날인이 있다. ◇고종 어진(高宗 御眞·20世紀, 비단에 색, 180×104츠) 조선 제26대 왕인 고종(高宗, 1852~1919)의 초상화. 익선관을 쓰고 황색 곤룡포 차림의 정면 좌상으로 인물 뒤 여백에도 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