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이후 국내에 반미(反美)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동맹 50주년을 앞둔
한미관계에비상이 걸렸다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이후 국내에 반미(反美)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동맹 50주년을 앞둔 한미관계에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의 반미 현상은 과거 80년대 학생운동권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일반국민에게
폭넓게 확산되고 있고, 오는 19일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 주요 후보 등 정치권도 반미정서 부응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등 미국 의원단이 7일 반미시위를
이유로 방한일정을 전격 취소하는 등 미국도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어 한미 양국 정부의 수습책이 주목된다.

◇달라진 반미= 최근의 반미기류는 과거 80년대 성장했던 386세대는 물론
10-20대 등 연령과 직업에 관계없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50-60대도 `무죄평결'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아 반미확산의 토양이 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확산됐던 80년대의 반미운동이 한반도의 분단
구조에대한 성찰에서 출발한 이념적 패러다임이었다면 최근의 반미기류는 한미간 동등한관계를 요구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일'에 대한 감정표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린 나이의 여중생이 2명이나 희생됐음에도 불구, 한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무죄평결에 대해 `법체계의 상이함'을 내세워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미국측의 태도가 범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면서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반미기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여기에는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외교노선에 대한 `일방주의' 비판여론이국제적으로
일고 있고, 남북 화해분위기 진전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맞서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반미기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정부대책 = 양국 정부는 반미사태 확산이 양국관계 전반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반미기류를 당장 진정시킬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이미 내놓았지만 여론은 만족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SOFA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국은 이번 주중 외교.안보 고위당국자간 `2+2' 협의와 SOFA 합동위
산하 형사분과위 회의 등을 통해 SOFA 개선과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비롯해 반미기류 완화 대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나 그 결과를 국내 여론이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분위기만 본다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미국이 어떤 성의를 다하더라도 반미기류를 잠재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정부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좀더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5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망 = 이번 파문은 한미간 상이한 법체계 문제가 얽혀있어 좀처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선다 해도 반미 정서가 단시일내에 누그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반미기류 확산의 한 요인으로 지적돼온 정치권의 경쟁이 오는 19일 대선이후
조금씩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의 추가조치 내용이 향후 반미기류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사실상의 개정에 가까운 SOFA 개선 효과를 도출하고
이를 국민이 받아들일 경우 일단 진정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내년 초 정권교체 및 북한 핵문제 관련 한반도 정세와 맞물리면서 한동안 양국 관계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반미 기류가 진정단계에 접어들더라도 `근원적인' 대책없이는 앞으로 한미간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서도 `반한(反韓) 기류'가 싹틀 수도 있다.

6.25 전쟁때 혈맹의 관계를 맺은 우방이고 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과 함께
최대맹방으로 여겨온 한국내 반미정서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된다면 당혹과 우려를 넘어 반발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워싱턴의 여론주도층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경우 그동안 한반도 평화유지에 큰 역할을 해 온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선 극단적으로 철군 결정도 완전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벌써 미국측에서 최근의 반미기류 확산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우리 정부측에 전했다는 얘기도
있고, 주한미군들 사이엔 "한국에서 철수하자"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여중생 추모와 반미, 주한미군철수
주장은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며 `감정적 대응'의 자제를 촉구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목적 때문만으로 한국에 주둔한다고
보는 것은 큰 실수"라면서 "미국은 필리핀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일각에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반미정서가 오랜 맹방이었던 한미 두나라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정도로 고조되는 것은 경제.안보적 국익에비추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비판차원의 반미가 반미주의로
확대되면 한미동맹 자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미국내 여론주도층이 한국에 부정적 정서를 가질 때 국내의 반미감정과
미국측의 반한감정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양국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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