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기술자 아내 함옥주씨의 사부가










북한 경수로 파견 기술자 아내 함옥주씨의 요즘생활

 

북한 핵파문이 한창인 지난 6일 남쪽 완주 구이면의 시골집에서는 가슴 졸이는 아낙이
있었다. 원기리에 사는 함옥주씨가 그 주인공. 그의 남편이 북한 경수로 파견, 한국 기술자로 보내져 함경남도에 가 있는  까닭에서이다.

 

 

“전쟁날까 무섭냐구요? 전혀 아니예요. 오히려 이런 이유로
공사가 중단될까 염려되는 걸요.”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기술자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영길씨(41)의
부인 함옥주씨(39·완주군 구이면 원기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일 언론에서 ‘북한 핵’문제를 떠들어대도 시큰둥하다. 시부모를 비롯해 시댁
식구들의 반응도 함씨와 비슷한 편. 남편이 북한에 이로운 일을 해주기 위해 갔는데 별일 있겠느냐는 식이다.

함씨는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말한다.
“핵폐기물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데,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12년 동안이나 살았거든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자칫 지역 이기주의만 부추길
수 있다고 봅니다.”

남편 전씨가 원자력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현대의 하청업체인 ‘삼진공작’에
들어가면서 영광원전 3·4호기를 건설할 무렵이었다. 이런 남편을 둔 덕에 함씨의 결혼생활은 영광과 월성, 울진에서 전부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남편 전씨는 8개월 전 ‘건축기계기술자’로
북한에 가게 된다. 때맞춰 함씨도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와 함께 시댁인 전주행을 자처했고, 시부모와 시누이 가족이
살던 시댁은 함씨 가족의 합류로 ‘한지붕 세 가족’이 됐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보름동안 함씨 시댁은 모처럼 떠들썩했다. 남편이
두 번째 휴가차 고향을 찾은 것이다. 4개월만에 만나는 남편이었지만, 잦은 통화로 서로를 익힌 덕분인지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다. 도리어 결혼
11년차인 함씨에게는 남편과의 어쩔 수 없는 ‘별거’가 약이 됐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우기도 했다.

매일 밤 10시경이면 함씨는 그리운 남편과 통화를 한다. 물론 남편이 걸어오는
일방통행식 유선 전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남편은 그저 식구들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

충북 단양출신의 함씨가 전주댁으로 사는 일에도 그럭저럭 이력이 붙었다. 별일이
없다면 남편 전씨는 2008년에야 집에 돌아올 계획. 함씨는 자신이 생활비를 벌어 보태면서 가족이 모여 살 날을 고대하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밤 늦게 울리는 전화벨은
내내 잊고 있던 함씨에게 남편의 존재를 일깨운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날 외동딸인 효주(15·구이중 2년)가 수화기를 들었다. 오랜 경험으로 이들의 대화가 의례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 함씨는 하루의 노곤함을 푼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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