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10>










<그림에세이
10>
저항과 풍자 - 이명복의 ‘카우보이’
장춘실(진안주천중학교사)

카우보이가 멋져 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마를 가리는 챙넓은 모자와 붉은 스카프, 청바지에 가죽 장화를 신고 수천 마리의 소떼를 몰아 황야를 건너는 감투정신에
홀딱했던 것이다.
이것은 물리적 힘을 행사하는 지배자의 속성을 몰랐던 어린날, 헐리우드가 만든 서부극을 통해 얻어진 단순한 감상에 불과하니 허상일 따름이다.

그러나 화가 이명복이 보여주는 '카우보이'에는 진실이 있다. 1988년 민중미술전에 출품한 이 작품은 조국의 현실을 그린 것이다. 주한미군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간섭과 권력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거구의 카우보이가 달려온다. 말발굽이 일으키는 먼지 속에서
마구 쏟아지는 양담뱃갑. 그리고 겁에 질려 달아나는 아이들이 있다.

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이다. 금메달을 향한 열망과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라는 정치가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때 한편에서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렸던
것이다.
민중미술은 거칠게나마 정의를 내리자면 현실을 직시한 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현실, 정치와 경제, 문화적 현실을 보여주는 미술이다.


적나라한 오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사회적
모순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게 하는 미술이었다. 우아한 아름다움과 개인의 심미안을 넘어 민중의 가슴을 설득하고
감동시킬 목적으로 그린 현실참여의 예술이었다.

90년대 들어 대항할
이념이 퇴색해진 정치상황은 민중미술의 힘을 약화시켰다. 하지만 오늘 이명복의 그림 ‘카우보이’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월드컵의 함성이
전국을 달구던 여름. 미군 장갑차에 압사한 두 여중생의 죽음은 ‘대~한민국 짝짝짝’에 묻혀 그 진상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다. 개선됐다던 한미군사협정은
결국 장갑차를 운전한 미군의 무죄로 판결이 나고 말았다. 한국측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민족의 자존이 상처받은 오늘, 전국은 소파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한창이다.

20년 전 올림픽의
열기속에서 던진 경고는 오늘도 유효하다.아이들을 향해 채찍를 흔들며 내달리는 ‘카우보이’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쓰러질 때까지 겁먹은 얼굴로 달아날
것인가? 풍자를 넘어 저항하라.

 

사진제목 ; 이명복의 1988년작 ‘카우보이’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