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인가 아니면 무감각인가"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일주일째를 맞는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 시민들이
대낮 공습이 감행되는 동안에도 시내 곳곳의 식당에 몰려들면서 식당마다 시끌벅적하다










"체념인가 아니면 무감각인가"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일주일째를 맞는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
시민들이 대낮 공습이 감행되는 동안에도 시내 곳곳의 식당에 몰려들면서 식당마다 시끌벅적하다.

미국 ABC방송의 리처드 엔젤 기자도 개전 일주일째인 26일 오후(현지시간)
손님들로 북적이는 한 식당에 앉아 쌀밥을 곁들인 구운 양고기로 점심식사를 했으나 식당안의 모습으로 볼 때는 "이 나라가 과연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에 대해 착각이 들정도"라고 전했다.

미군 폭격기의 대낮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바그다드 시내의 곳곳에서 폭음이 들리고 폭격목표 오인용 원유구덩이에서
피어오른 시꺼먼 연기가 바그다드 상공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도 시민들은 동요나 공포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시민들은 전망이 괜찮은 건물 옥상이나 지붕 위에 올라 폭격광경을 지켜보기도 하고 있다.

폭격기의 굉음이나 폭발음에 움찔거리는 시민들도 없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어느 누구도 폭격에 관해 먼저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걸프전 이후수년동안 이곳 사람들은 사담 후세인 정부의 통제정치 아래 입을 닫고
살아오는 방법을 배워온 게 사실이다.

심지어 부녀자들은 화원에서 묘목이나 꽃을 구해 자신들의 집 정원에 옮겨심는`한가로운' 정경까지 연출하고 있다. 공습경보 사이렌과 폭격, 대공포 발사소음이 요란한 가운데 이뤄지는 묘목 이식작업은 결코
강요가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움 우다이라는 40대 가정주부는 "폭격이 끝나자마자 나는 정원으로
나가 꽃을 심습니다. 이 것이 내게 큰 위로가 되거든요"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은 "어젯밤 공중폭격이 다시 시작됐을 때 갑자기
꽃을 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이웃 화원에서 꽃을 사다가 정원에 심었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한 꽃가게 주인은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루평균
10명 안팎의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꽃을 심는 시즌이기도 하지만 이라크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꽃 심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가식이건 그렇지 않건 바그다드 시민들의 `평온'에서는 후세인 정부의
`보이지 않는 통치력'이 전쟁중에도 시민 개개인에게 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어딘가에 피신중인 이라크 지도부가 전쟁이후 하루도 거르지않고 실시해 온 언론을 통한 전황보고이다. 지도부는 "후세인 대통령이 건재할 뿐더러 미.영 침략군에 상대로 한 항전을 잘 이끌고 있다"거나
"집권 바트당 전사와 각지방 토후세력들의 `영웅적 행위'에 힘입어 이라크가 매우 잘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국민을 `위험한
잡념'에 빠지는 대신 전쟁 이전과 같은 `평온한 일상'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라크 정부가 바스라에서의 민중봉기에 관한 서방언론 보도를 즉각 부인한 뒤 이라크 전투기들이 연합군의 공격을
무력화 했다든가 또는 연합군이 이라크 민간인사냥에 나섰다는 식의 홍보에 초점을 맞춘 것은 (후세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의식을 잠재우고 (미.영군의 침공에 대한) 반발심을 자극하려는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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