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가 사는 법 – ‘양정숙 고전의상’ 대표 양정숙씨










이 여자가 사는 법 – ‘한복쟁이’ 양정숙씨

“프론티어 정신과 환경주의가 제 몫이죠”

 

전주 고사동 웨딩거리 허리쯤에 자리잡은 ‘양정숙 고전의상(대표
양정숙)’. 양정숙씨(37)는 현재의 ‘웨딩거리’가
조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한복 전문점’을 선보였다. 당시만해도
‘한복점’이 남부시장에 포진했던 것에 비하면 양씨가 이곳에 터전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인 일. 그의 탁월한 개척자정신이 발동된 때문이다.

그의 개척자적인 성향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그의
‘프론티어’정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 졸업도 전에 선택한 경영수업

양씨는 우석대 의상학과 85학번으로, 졸업을 앞둔 4학년때 결혼과 함께 시어머니
한복점을 물려받았다. 1989년 스물둘의 어린 나이에 그러니까 이때부터 사실상 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당시 풍토로는 다소 생경한 일이어서 그의 등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부분
한복점의 운영을 중년 여성들이 맡아했고, 더구나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경우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시대였던 것.

하지만 그는 젊은 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특히 고사동에 정착한 후에는
전공감각을 살려 젊은 고객들을 공략했다. 이 점이 먹혀 들어가자, 고전의상 디자이너들도 하나 둘 이 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또 IMF를 맞아 기존상권이 죽어가면서 모든 상점들이 결혼관련 코너들로 대체되고,
급기야 이곳은 ‘웨딩거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창출하기에 이른다. 굳이 ‘원조’를
따져보면 ‘웨딩거리’의 이면사에 양씨가 있는 것이다.

# 원칙주의와 환경주의의 만남

양씨는 철저한 환경운동가다. 이 때문에 그의 가게나 집에서는 휴지 한 장도 함부로
쓸 수 없다. 물론 분리수거는 말할 것도 없을 정도. 그는 ‘환경을 지키는 여성회’ 사업부장으로서 환경운동의 일선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원칙을 고집하는 양씨에겐 고객들도 예외가 없다. 그래서 그가 만나는 고객들은 대부분
그의 환경논리에 설득되기 마련. 이런 작은 실천도 그에겐 아주 중요하다. 이런 그가 올 봄 ‘수돗물 불소화반대’ 1인 시위에 나섰던 것은 당연지사. 시위 자체보다 의식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부끄러웠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고 보면, 그의
의식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땅과 나무가 있는 곳으로

양씨는 다시 새로운 탈출을 꿈꾼다. 분주해진 ‘웨딩거리’가
그의 프론티어 정신을 부추기는 것. “최소한 하루에 한번이라도 땅을 밟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 생명을 나눌 수 있는 나무도 만져보고 싶구요. 기회가 되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야 할 것 같아요.”

스스로를 ‘한복쟁이’라 부르는 양씨. 그는 머잖아 땅과 나무를 찾아 어느
언저리엔가 다시 자신의 삶을 개척할 것이다. 그 때는 나비와 새들이 찾아와 “지저구 지저구”함께
놀아주리라.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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