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1)










요셉(1)

빗나가는
어린 시절

 

사람이
참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그래도 원숙한 사람을 만나면 부단한 자성과 성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성숙하고 여유 있고 멋있는 노년의 요셉, 그의 진한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가 노년에 지녔을 모습은 분명 평생 동안 치른
고통과 고난을 통해 얻은 값비싸고 고귀한 성숙함이 가득 배어 있었을 것이다. 요셉, 그를 흠모해 본다.

요셉이
처음으로 성경에 등장한 것은 그의 나이 17세가 되던 해였다. 그는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에게는 모두 10명의 형들과 한 명의 남동생이 있었는데, 야곱은 유독 그에게만 화려한 옷을 지어 입히고 그 옆에 요셉을 늘 두곤 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요셉의 모습은 아버지에게 형들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일이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형제들은 이런 요셉을 미워하고 그에게 한번도 다정스럽게
말하는 법이 없을 만큼 요셉을 미워하였다. 거기에다 요셉은 그의 형제들이 자기를 향해 절을 하는 꿈을 꾸며 이것까지 의기양양하게 자랑하였다. 생각해보면
12명의 남자 형제가 있는 부잣집의 막내아들, 그를 향한 부모의 독점적인 사랑과 특별대우는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때문에 온갖 특혜를 누리는 어린 요셉은 형제들의 불평등이나 고통 혹은 소외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요셉의 인생에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되는데, 바로 요셉을 향한 형들의 질투와 미움에서 비롯된다. 그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온다. 이 날도 여느 때처럼 요셉은 부모의 특별 배려로 집에 머물고 모든 형들은 양을 치기 위해 집(헤브론 골짜기)에서 좀 떨어진 세겜
근처로 떠나 다시 도단으로 이동한다. 그들이 이 곳 저 곳으로 이동한 것은 주변에 양을 칠만한 목초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셉은 아버지의
심부름을 위해 의기양양하게 그들을 찾으러 떠난다. 요셉은 형들이 자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형들을 만날 부푼 마음으로 세겜으로
다시 도단으로 찾아 나서는데, 그는 분명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어린 철부지 아들로 보인다. 형들이 먼저 요셉을 발견하고 단번에 그를 제거할
것을 모의한다. 요셉에 대한 그들의 증오는 도를 넘어선 것 같다. 그들은 요셉만 없으면 부모의 사랑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미운 사람을 보지 않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어쨌든 요셉은 은 스무 냥에 이스마엘 상인에게 노예로 팔려서
이집트로 가게 된다.

이제
요셉은 자신이 전혀 예측할 수도, 계획할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 그는 부모의 사랑도 지원도 없이 혼자만의 인생을
외지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 요셉이 제일 먼저 팔려간 곳은 이집트의 경호대장인 보디발의 집이었다. 그러나 요셉은 얼마 되지 않아 주인
보디발의 모든 재산과 집안 일이 맡겨질 만큼 주인의 신임을 받는다. 보디발은 요셉 덕택에 많은 재산을 늘릴 수 있었고 하는 일마다 번창했다. 요셉의
인생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순탄케 전개될 듯하지만 요셉을 곤경에 빠뜨린 것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다름 아닌 보디발의 아내였다. 요셉은 용모가
준수하고 잘생긴 미남이었다고 하는데, 그의 아내는 수시로 요셉을 유혹하였던 것이다. 세상은 그를 선하고 신실한 종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안주인의
유혹에 따라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종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힘들더라도 바르게 살아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할 선택이 그에게 주어졌다. 그는 여주인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주인께서는 가지신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셨으므로 이 집안에서는 나의 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의 주인께서 나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그것은 마님입니다. 그런데 내가 어찌 이런 나쁜 일을 저질러서,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요셉은 단호하다. 하지만 자신을 뿌리친 요셉에 화가 난 안주인은 결국 요셉을 배은망덕한 종으로 만든다. 안주인을 농락한 죄를 뒤집어쓴 요셉은 죄수로
전락하고 만다. 그 당시 20세 전후가 되었을 청년 요셉은 주인의 배신감과 안주인의 조소를 뒤로하고 묵묵히 감옥으로 향한다. 노예에서 죄수로 추락한
젊은 요셉이 어떻게 그 억울함과 수치심과 굴욕감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이렇듯 그의 인생은 영원히 빗나갈 듯 보인다. 그러나….(다음 주에 계속)

/한일장신대 계약교수 채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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