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군 진안읍 군상리 주공 1차 아파트에 사는 이선희(68) 할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오전 10시까지 집안일을 하다가
아파트 경로당을 찾는다










진안군 진안읍 주공1차 아파트에 사는 이선이(68) 할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오전 10시까지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파트 경로당을 찾는다.

용담댐 수몰민인 이씨는 최근까지 농삿일을 하던 습관으로 새벽잠이 없다. 일찍 일어나
일거리를 찾아 보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마땅히 할 일도 없어 경로당 출근(?)은 그녀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일이다.

그러나 10시께 경로당을 찾아도 숫자는 많지 않다. 11시가 넘고 점심때가 돼서야
여기 저기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20~30명의 노인들이 몰려든다.

아파트 거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기 때문에 집에서 홀로 식사를 하기보다는 집단으로 모여 점심을 먹고 화투 등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늙고 홀로된 쓸쓸한 마음을 친구들이나 만나 웃고 떠들면서 풀어보자는 심사다.

그나마 할머니들의 아파트 생활은 낫다. 할아버지들은 방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주로
밖에서 일하던 습관이 남아 겨울철이면 5~10명 정도만 경로당을 찾는다. 그래서 쓸쓸함을 달래보려 하나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씨는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먹고 노는 것이 일과”라며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늙은 짐승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전주시 인후동 금평 경로당도 사정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수년째 경로당을 찾아 뭔가 새로운 것을 구상해 본다는 조영희(여·79)
할머니.

젊을 때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남보다 열심히 일해 왔지만 이제와서 보니 아무런 의미도 없이 ‘잘나나 못나나 늙어
생활은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한다.

조 할머니는 “나이들면 나름대로 베풀고 봉사하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막상 노인이라는 계층에 들어와 보니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사회구조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 노인들은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인 ‘무위고(無爲苦)’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현재 노인들의 취업문제는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서도 노동부와 재정 경제부, 복지부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돼 단독으로 책임지는 곳도
없다.

복지부 차원에서 지원되는 노인 일거리 마련예산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복지부와 전북도, 시·군에서 노인일거리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업비는 한해 평균 7천6백80여만원.

참연 인원도 416명에 그쳐 도내 전체 노인인구(65세 이상) 2여만명의 0.2%
수준이다. 단순 통계상 나머지 99.8%에 대해서는 지원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특히 빈곤 탈출을 위한 소득창출 사업은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전주시가 지난해부터 2년 동안 노인 일거리 마련 작업장 설치비로 해마다 26억원을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전주시를 지원하게 되면 타 시·군도 지원해야 한다”며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도 강현욱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노인복지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세웠으나 현재 노인 소득창출을 위한
작업장 마련 사업비로 2년간 2억원만 책정한 상태다.

조씨는 “노인들이 원하는 것은 돈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한 소일거리다”며 “노인복지를 외쳐대고 지원한다고
하지만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곳에는 돈을 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조씨는 또 “병들어 누워 있는 노인들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들기 전에 보다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일은 그 어떤 노인복지보다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한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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