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초기작 ‘겨울강 하늬바람’ 재탄생










박범신 초기작 ‘겨울강 하늬바람’ 재탄생

세계사 문학선집 여섯째권으로 묶어

가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리움으로 간지럽히던 바람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하여 겨울이 시나브로 깊어져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봄이 올 것이라는 ‘절망의 변증법’이
없다면 이 겨울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 아무리 청춘이라 우겨도 중년일 수밖에 없는 중견작가 박범신씨(56). 그의
초기작인 ‘겨울강 하늬바람’이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문학선집 여섯째 권으로 묶여 세계사에서 선보였다.

이 작품은 1981년 당시 ‘초자’시절의
작가에게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안겨줬으며, 중앙일보와 문학동네에서 연이어 발간됐던 작가의 초기 대표작. 한때는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져 관객과 더불어 그 의미를 나누기도 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 떠났던 남자가 19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벌이는 비극적
사건을 매개로 한, 이 작품은 억압적인 사회체제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어 사회비판 소설로도 관심을 끌었다.

작가는 우리사회에는 집단과 개인의 차이일 뿐 여전히 억압적 체제가 상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이 소설은 현재도 충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사회가 조금
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억압체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20년전에 쓰여진 이 책이 요즘 독자들과 공감을
나누고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도서출판 세계사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작가의 초기작들이 근작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사는 작가의 책을 선별해 선집 20권으로 묶어낼 구상이다.

한때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던 작가는 이와 다른 차원에서 ‘침묵의 집(1999년)’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2000년)’ ‘외등(2001년)’ 등 연이어 창작집을 선보이면서 문학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작가가 고백하듯 말하는 문학의 이유는 ‘결핍과 충만에의 그리움’ 때문. 결핍 때문일까? 작가는 드러눕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탓으로 주위 문인들은 작가를 ‘드러누운
풀’이라고 해서 와초(臥草)라 불렀다. 이로 인해 와초는 작가의 별호가 됐다.

감성적이고 화려한 문체, 단단한 서사구조, 작가의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겨울강
하늬바람’이 과연 21세기 독자들의 추위를 녹이는 훈풍이 될 것인지는 주목할 일이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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