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의 동시 사랑










박경용의 동시 사랑

최명표

근래에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아동물을 써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그들의 문재를 아이들을 위한 문학 창작에 사용하는 일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여 그들이 써내는 대부분의 글들은 대부분 함량 미달이다. 출판사의 상업적 타산과 작가들의 소재 빈곤이 결탁하여 생산된 작품들이 태반이다.
말하자면, 아이들을 위하는 문학이라고 너무 쉽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이다. 어른을 위한 문학 작품보다도 훨씬 비싸게 품을 팔고 공들여야
할 일이 아동문학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문학 작품에 으뜸가는 심미적 조건인 단순성의 미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지 않은 채 대세에 휩쓸려서 태작을
유통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멀리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 작가들에게 본을 보이는 시인이 박경용이다. 그는 1940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뒤, 1958년 ꡔ동아일보ꡕ와 ꡔ한국일보ꡕ 신춘문예에 연속 당선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이후 그는 시와 시조 부문에서 활발한 시작활동을 펼쳤다. 이 중에서 주목받을 것은 그의 동시와 동시조 창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견시인인 그는,
남들이 애써 외면하는 동시와 동시조에 애착을 갖고 있다. 또 시 외우기의 명수인 그가 최근에 동시선집 ‘길동무(예림당)’를 펴냈다.

이 동시선집에는 그가 갑년을 넘기면서 지금까지
발표했던 동시 중에서 골라 엮은 것이다. 요사이는 문단 등용문이 넓어져서 수준 미달의 작가들이 양산되는 판국이고,
그들은 등단의 통과의례를 거치자마자 문학적 가치가 저급한 작품집을 앞다퉈 내놓는 형편이다. 문단의 판세가 이렇게 돌아가는 줄 번연히 알고 있는
그가, 팔리지도 않는 동시집을 내는 노력은 차라리 눈물겹도록 순수하다. 그의 숨은 의도는 분명 혼탁한 문단을 향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그것은 작가들에게 문학동네에 뜻을 세우던 시절의 진지한 자세와 성정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일 것이다. 또한 동시가 아무나 기웃거리며 문명을 팔기에는
너무나 엄숙하고 어려운 장르라는 사실을 무언으로 웅변하고 있다.

아울러 박경용은 이 시집에서 자신의 시적
결벽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서 시어 하나하나를 사용할 적마다 중복되지 않을 것, 가능하면
토박이말을 되살려 쓸 것, 동일한 소재의 유사한 이미지를 빚지 말 것 등, 그의 유별한 창작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명시 ‘귤 한
개’를 읽으면서, 온가족이 엄동의 방안에서 심심풀이로 먹는 자그마한 귤에서도 한 편의 시를 낚는 그의 시안을 구경해보자.

“귤 /
한 개가 / 방을 가득 채운다. // 짜릿하고 향긋한 / 냄새로 / 물들이고 // 양지쪽의 화안한 / 빛으로 / 물들이고 // 사르르 군침도는
/ 맛으로 / 물들이고 // 귤 / 한 개가 / 방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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