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굿모닝 중앙'(기형서)--누가 더 오래 사나
칼럼 '굿모닝 중앙'(기형서)--누가 더 오래 사나
  • 기형서
  • 승인 2002.11.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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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오래 사나










누가 더 오래 사나

               


기형서/논설위원

 

진시황이 마당에 쇠말뚝을 박아놓고 ‘누가 더 오래 사나 내기하자’고 했단다. 언뜻 기가 막히고 웃을 얘기 같지만 당시의 진시황으로서는 장난이라고 말하면 화낼 일이다.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제 그 정도면 됐으련만 해도 너무한다는 얘긴데―이도 저도 오래살고 보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선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전북은 근세정치를 총결산이라도 하듯이 전 현직
정치인 모두가 일제히 대선정국 전면에 나선 것 같다. 꼭 10년전 20년전의 대선을 경험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머리글자만 대도 다 알만한 분들이니
관심이 끌릴 수밖에 없다.

그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정치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바꾸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들이 나서야만 한다는
얘기다. 욕심이든 아니든 이기고 보면 언제든 ‘내편’이 되어주는 세상이니 손해볼 일도 아닌 듯 하다. 이쯤이면 그들의
속내를 대충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미안하지만 마음대로 될까 싶다.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정치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번 대선정국에는 이들 이외에도 젊고 낯선 얼굴들 또한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일까,  얼추 짐작이 간다면 다행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기초 광역 등을 합쳐 선거직에 출마해본 경험자만 도내서도 수천명에 이른다. 그뿐인가.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정치를 배운 사람들까지 치자면 이 바닥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을 어찌 다 셀 수 있을까. 그래도 넝쿨을 잡아채면 씨알 굵은 알갱이 쏟아져
나오듯 그 바닥도 별수 없으니 누군지 짐작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모두가 말 잘하고 똑똑하니 역시 모두가 대장인데―대선정국에서
선후배가 만난 지금이라고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자신을 희생해가며
조직을 살려낼 구성원들은 몇이나 되고 떡고물이라도 있어야 통하는 그 속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물론 안봐도 알 일이지만 태산같은 욕심들에 화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행여 젊은 후배 정치인이 나설라치면―‘젊은 놈이  감히...’―어림없는 일이다. 반면 선배만 있고 후배는 없는 정치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도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몇몇 지역구에서는 2년후에나 있을 총선을 염두해둔 세력싸움들이 요란하니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기득권자인 민주당쪽도 복당이 되니 안되니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적당히 했으면 갈아줬어야 되는 것인데―사실 도민들도  할말이 없으렷다.

이쯤해서 주목되는 것은 예전의 정치인들 상당수가 민주당 보다는 국민통합21과
한나라당에 더 많이 가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때만해도 어림도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 후보단일화가 됐다고는 해도 민주당이 비노 친노 탈당 등으로 지리멸렬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도 다음 총선에서는
반민주당 바람이 불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눈친거 같다.

그래서 정치는 두고 볼 일이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법이라더니―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민주당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수십년을 누려온 지역인 만큼 왕년에 잘나가던 정치고수들의 한순간 줄서기 실수가
수십년을 지금의 의원들에 눌려 와신상담 살았을 터다. 이제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도 어느정도 줄어드는 것 같고,
여기에 민주당에서만 국회의원을 내란법도 없을 것 같으니 움츠렸던 고개를 내밀기에는 이때가 제격이지 않았을까. 물론 단일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없진
않지만 어디까지나 여론은 ‘글쎄’ 아닌가.

진정 한판 승부를 겨룰 기회가 왔다. 혼돈의 대선정국에서 잘만 비집고 들어간다면
다음 총선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우스갯소리로 ‘정치에는 정년퇴직이 없다’고들 말하지 않던가. 하기야,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고, 기회 또한 그만큼 주어질 수 있는게 자연의 섭리이거늘.

골프에 ‘멀리건’이라는 룰 아닌 룰이 있다. 처음 친 볼이 잘못 맞았을때
점수에 넣지 않고 다시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당연히 여기던 멀리건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래 살다보면 끝없이 멀리건이 주어지는
세상, 그곳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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