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의 옷차림










후보들이여! 옷을 벗어라

최미현 (패션 디자이너)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누가 대통령이 된들…” 할 때는 관심이 없다가,
“그래도 이번에는 잘 뽑아야지” 하면 말 한마디 표정하나를 주의해서 보게 되는 것이
인간 심리인 모양이다.

후보들의 정책공방도 공방이지만,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나이 많은 후보는 젊고 활기차게 보이고 싶어하고, 젊은 후보는 신중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또 너무 보수적이어도 안되고,
너무 급진적인 모습을 피하는 것도 상식이 돼 버렸다.

코디네이터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친근하면서도 능력있어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다 보니 손짓하나 얼굴 표정 하나도 신경쓰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후보들의 옷차림 관리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대목이다.
옷을 어떻게 입느냐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이어서 이미지 관리에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번 대선에서 고령임을 감안, 컬러 셔츠와 밝은 색상의 넥타이를
착용해 젊은 이미지를 주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련되고 점잖으면서도 밝은 모습의 옷차림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었다.

지난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두 후보 옷차림은 관심거리였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부시와 고어가 자신의 목장에서 청바지 차림에 부츠를 신고 휴식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유는  두 사람이 선거를 의식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서민적인 모습을 연출했다는 질책이었다.

거기다 명문  정치가 출신이며 최고 명문대학을 졸업한 두
사람이 일년에 서너 번이나 들를까 말까하는 자신의 목장에서 마치 옛  귀족이 자신의
영지를 둘러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고 호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두 후보는 카메라를 의식하고 연출한 모습이 반발을 사자, 그 자리에서
즉각 양복으로 갈아 입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정치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후보들이 여론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대선을 앞두고 이미 몇 차례 TV토론이 진행됐다. TV토론에서의 후보 옷차림이야말로
코디네이터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TV에서 보여지는 후보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표심과 바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세 후보는 모두 약속이나
한듯 문양은 다르지만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사실 붉은색이 화면에서 번져 보이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사하고 활기찬 인상을 준다는 점이 작용했을 터다.

반면 길 거리 유세를 나서는 후보들의 차림은 베이지색 점퍼 일색이다. 아마도 많은
서민들이 즐겨입는 색상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 때묻은 서민들의 그 것과 달리, 후보들의 점퍼는 옷걸이에서 금방 걷어온
듯 말쑥하다. 옷 한벌 사면 몇 년씩 입는 우리 아버지들의 땟국 절은 점퍼와는 사뭇 다른 복장이다.

대선 후보들이 서민 흉내를 아무리 내려해도 유권자들에게는 이미지의 동일시에 차질이 생긴다. 때맞춰 급조해낸 이미지가 얼마나 완벽할 것인가? 그저 색감차용 정도나 하는 것이지.

‘이미지’란 그래서 허구다. 유권자들이 ‘이미지’ 즉 ‘허상’에 속을 것이라는 것도 허구다. 더 이상 서로 알면서도
속고 속아주는 ‘허무개그’는 그만두자.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와 그 주변인들이
옷으로 감싼 속내를 드러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진정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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