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누드크로키회(회장 이희춘)는 올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전주 누드크로키회(회장 이희춘)는 올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부터
준비를 시작한 셈이니, 준비만도 8개월 가량 걸린 것이다. 현재 회원은 15명.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부터 전업작가, 미대강사, 섬유예술가, 공예가,
초등학교 교사까지 다양하게 뭉쳤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밤이면 매우 ‘특별한 일’을 한다. 이름하여
‘누드 크로키’. 이 기회를 통해 실력도 쌓고, 새로운 분야와 만나는
기쁨도 누린다.

이제 서로 만나는 일은 예삿일이 됐을 정도. 이들이 매주 수요일 오후7시를 기다리는
이유다.

# 전주 민촌아트센터 ‘민촌역’

지난 11일 오후6시경. 크로키는 7시부터지만, 회원들은 1시간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날 처음 무대에 서는 모델 김진영씨도 꽤나 서둘렀다. 누드 크로키회가 맞이하는 모델 중 김씨는 네번째. 3개월 단위로 바꾸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자리는 서로 경직되기 마련. 늘상 해오던 회원들에게도 상당한 긴장이
따른다. 서로 “잘해보자”고 수인사를 나누는 등 워밍업에 한창이다.

시계 큰 바늘이 ‘12’ 근처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분위기는 180도로 바뀐다. 침묵… 서걱이는 연필소리…. 중앙에 마련된 무대와
종이를 번갈아 쳐다보는 작가들의 자세는 상당히 율동적이다. 목탄을 든 사람, 연필이나 볼펜을 든 사람, 붓으로, 펜으로, 또 나무젓가락으로, 손에
쥐어져 있는 소재도 볼만하다.

숨소리도 고르기 어려운 긴장 속에 25분이 흘러가고, 5분 휴식시간. 그제서야
참관자에게도 자유가 찾아왔다.

# 휴식시간에 만나는 자유

7시에 작업이 시작되면 9시 30분까지 때로는 10시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작업자체가
빠른 시간에 모델의 동작을 따라잡아야 하므로 많은 긴장을 필요로 한다. 그 탓에 작업은 25분 정도. 5분 정도는 휴식을 취한다.

커피가 날라져 왔다. 이 때부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농담… 웃음소리… 삐걱대는 의자소리…. 왁자지껄한 가운데 맘껏 휴식을
누리는 이들. 10여명이 채운 공간은 이전의 침묵을 완벽하게 배반(?)했다. 이날은 15명의 회원 중 9명만이 참가했다.

# 작가중심의 최초 모임

누드 크로키에 대한 수요는 의외로 많다. 하지만 서양화가 박상규씨가 운영하는 ‘라인
누드 크로키’가 고작. 이마저 문호를 개방해 작가들에게는 성에 차지않았던 것. 이런 차에 한국화가 이희춘씨가
회원들의 생각을 모았고, 민촌 아트센터의 허명욱 관장도 거들어 ‘전주 누드 크로키회’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회원은 15명으로 못박았다.

작가들만의 최초 크로키 모임이 탄생한 셈이다. 이들의 프로정신은 올 10월말에
가졌던 첫번째 전시회로 집약된다. 일명 창립전. 내년 전시회는 규모도 키우고 또 작가들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기대다.

# 열정과 함께 깊어 가는 겨울밤

이날 작업은 10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모델도 작가도 한마디로 지친 모습이다.
모델이 자리를 떠났는데도 한참동안 멍하니 생각하는 작가들. 그들의 동공은 그때까지도 모델의 동세를 쫒고 있는 것일까? 책상 앞에 쌓여있는 50여점의
‘크로키’만이 작업의 종료를 알려주고 있다.

침묵도 잠시, 좌중은 짐을 꾸리느라 다시 부산해진다. 이제 헤어질 시간인 것이다.
누군가 “막걸리 한잔 어때”라고 말 한마디를 툭 건넨다. “좋~지”라는 답이 또 날아간다. 10시가 넘어 이곳을 나서는 이들. 추위 탓인지 상기된 표정이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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