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정-15매]











[쓰리 정-15매]

16대 국회의 '쓰리 정'. 정치적으로 가장 전도유망했던 정균환
정동영 정세균 등 정씨 세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단어다.
16대 국회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중앙 정치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이들은 현재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정치 스케줄대로 분주하게 활동 중이다. 


17대 국회에선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유일하게 현역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차기를 내다보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재기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며 정균환
전 민주당 원내총무는 민주당 부활을 위해 비지땀을 쏟고 있다.

현재 이들 쓰리 정은 경쟁과 대립 그리고 상호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들 쓰리 정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파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이들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정균환>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정균환
위원장의 정치 인생에 불의의 일격을 가한 '사태'다. 국회 4선 의원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아래 집권당
첫 사무총장과 원내대표 총재특보단장 등을 역임하며, 가장 잘 나가는 정치인으로 불렸던 정 위원장에게 탄핵 사태는 최대 위기로 다가왔다. 17대
국회 총선거 낙선은 물론 자신이 만들었던 새천년민주당의 붕괴를 눈 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것.

그러나 정 위원장은 최근 활기에 가득 차 있다. 와해를 걱정해야 했던 민주당이
5.31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에서 열린우리당에 근접하는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합류를 거부했던
것은, 호남의 혼을 갖고 있는 정당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호남은 반독재 항거와 민주화 운동 등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호남인이 호남의 자존감을 느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정치인이 많다. 호남의 혼을 지키고, 우리 후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 부활에 올인 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 등 에 전력을 쏟을 각오다.

일부에선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거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그는
"거품이라도 지난 2년 동안 거품이 꺼지지 않았다면 대단한 것"이라며 고 전 총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진로와 정 위원장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말이다.

<정동영>

몽골기병을 주창하며 숨가쁘게 질주해 왔던 정동영(DY)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갖게 됐다. 5.31 지방선거의
유례없는 여당 참패가 정 전 의장에게 '휴식'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도내 정가 일각에선 휴식이 아닌 위기라고 우려하지만,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는 DY로선 휴식기.

DY는 정치 입문한 지 불과 10년 만에 최고의 절정기를 거쳤다. 특히 16대 국회에선 전북의
미래로 불렸다. 전북 정치 사상 최초의 대권 후보로 꼽히면서 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질주했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상당수의 새 피를 17대 국회에 수혈시켰다.
당내 최대 계보를 형성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소유했다. 대권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대권은 하늘이 낸다'는 정가의 속언(俗言)처럼 DY는 안팎으로부터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노인 폄하 발언으로 17대 국회의원 비례 후보직을 내놓았고, 5.31 지방선거에선
영남 정치인들의 견제로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김두관 전 최고위원이 DY 탈당을 요구하면서 정
전 의장은 영남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7.26 재보선에 출마하라고 권유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장 출마해 정치적 명운을 걸기 보다는 한 템포 늦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정가에선 DY가 심신을 추스른 뒤, 재기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16대 국회 최대의 기린아였던
정 전 의장이 어떻게 재기할 것인지 시선이 집중된다.

<정세균>

올초, 열린우리당
소속 4선인 장영달 의원의 발언이 지역 정가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장 의원은 "전북도민들이
이제는 아하~ 정세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관 입각으로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의 대권 후보라면 당연히 '정동영'으로 불리던 시절에, 정세균 장관의 이름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상품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의장을 지내며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행정부 입각을 통해 차기 반열에 자연스레 올라섰다. 열심히 일해 현재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정 장관 스스로도 평소
"원래 나는 일복이 많다"고 말한다. 정치에 입문한 지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다는 게 주변의 평.

정 장관의 진가는 16대 국회에서 두드러졌다. 재경통인 그는 특히 국가 예산 활동 과정에서
발군의 역할을 보였다. 국회 예결위원과 예결위원장을 지내면서 전북 예산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17대 국회에서도 정 장관은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국가 현안인 한미
FTA 협상 등과 관련해 최근 미국 캐나다를 방문했으며,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와의 면담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요즘 정균환 선배는 잘 계시는가?" 지난 주말, 국회 상임위에 나왔던 정 장관이 16대 국회 시절이 떠올랐는지 기자에게
정 위원장의 안부를 묻는다. 그럴 만도 한 게 국회 본관 2층의 국회 운영위원장실은 16대 국회에서
정균환 당시 민주당 원내총무가 사용했었고 17대 국회에선 정 장관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사용했던 '인연'이 있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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