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저 홀로 크는가










문화예술,
저 홀로 크는가?

 

올해는 전라북도 문화예술이 황금기를 맞았다. 굵직하게는 월드컵 전주개최를 비롯하여 세계소리축제, 전주 국제영화제,
풍남제, 전국연극제 등 전주는 그야말로 문화예술 축제가 연이은 한해였다. 여기에 도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여느 해보다 월등한 결실을 거두었다. 그만큼
전주는 국제적 도시로 거듭나는 행운(?)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빚잔치가 아닐 수 없다.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지으면서 지방채를 발행하고 경기가 끝나자
축구열기가 이어지는 듯 하다가 지금은 경기도 없으려니와 경기장 자체를 민간위탁하여 운영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으나 누구 하나 나서서 맡겠다는 주체가
없다. 또 전주관광을 활성화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 지정한 전통문화 특구는 예산이 없어 쩔쩔맨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계소리축제의 경우는 대폭적 예산 삭감을 단행하여 올해에 참여했던 우수한 기획 전문인력이 발길을 돌리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름만 남았다.

축제가 끝나면 남는 것은 얼떨결에 떠 안은 관리자들뿐인가. 하나같은 열정은 어디로 갔는가. 이해타산을 따져
그때그때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세상일이겠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지역문화 예술이 자립하는 경우를 보았는가 묻고싶다. 서울의 잘 나간다는
정동극장은 그래도 규모가 작아 알찬 기획물로 승부하여 성공한 경우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만 하여도 자립도는 절반에 밑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극장의 경우는 더하여 두 자릿수를 갓 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건물만 덩그마니 지어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문화예술이
궁지에 내몰리면 더욱 발전하는 속성이 있는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 

낯 세우기에는 앞장서서 내가 이루어놓았노라 외치고 궁지에 몰리면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쁜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비단 현실이 그렇다고 하여, 너나 없이 선배들을 닮아 가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 과오는 조상 탓이요 생색은 내가 내는
아전인수는 버려야할 행태다. 무엇이 더 나은 문화예술이며 이어지는 괘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예향’발전의
대안도 없으면서 획일적 경지정리는 전북의 문화예술이 자생력을 잃고 자리를 떠나고 말 것이다. 그 자리에 새로이 무엇을 세울 것인가. 다시금 빚을
내어 되 갚아 나가면 되는 일인가. 어렵게 만들어진 문화적 토대에 밑거름을 주고, 그 결실을 보기까지 북돋우며 애정을 쏟아야 한다. 류경호/ 창작극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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