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村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鵲村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소천  정 순 량
전북의 어르신 鵲村 선생님께서 운명하셨습니다. 박학다식한 이 고장의 터줏대감으로 꼿꼿한 선비로서 언제 어디서나 거침없이 바른 말을 하시고 해학을
곁들여 할 말이 많으셨던 이 고장의 파수꾼을 잃은 것입니다. 鵲村 조병희 선생께서는 한학자로서, 문화재 감정 및 향토사학자로서 시조시인으로서 서예가로서
또한 고서 수집가로서 일생을 사신 분이십니다.

결국 鵲村 선생님의 마지막 시조집이 되었지만, 지난 11월초에 출판된 ‘해거름에 타는
꽃불’을 병상에서 받아보시고는 제 손을 마주잡고 기뻐하시고 감격해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1년여 동안 머뭇거리다가 출판된
작품집이지만 이 시조집으로나마 큰 기쁨을 드려 위안이 됩니다.
노환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셨지만 댁으로 찾아뵈면 반가워하시고 예를 갖춰 맞으시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불편한 몸으로도 쉼 없이 작품활동을
하시고 글씨를 쓰시고 담소하시던 鵲村 선생님의 열정을 본받고 싶습니다.
특별히 外叔이신 가람 이병기 선생께서 일생동안 수집했던 국보급의 희귀본을 포함 수많은 책들을 이 고장에 남기시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시면서, 평생
동안 수집하신 귀한 책을 흔쾌히 우석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하시어 고문헌 및 향토사를 연구하려는 후학들에게 필요한 자료로 제공하신 일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들 책은 鵲村文庫로 특별 관리되고 있으며 후세에 龜鑑이 될 것입니다. 
전북의 자랑이요 이렇게 훌륭한 분을 영결하는 마당을 보다 아름답게 의미 깊게 예비하지 못한 아쉬움을 삭히면서 弔詩 한 수 바칩니다.

 

鵲村 선생님의 靈前에

 

望 百年 맺은 인연
그리움을 남겨두고

 

해거름에 타던 꽃불
이제 정녕 자지러져

 

天上의 꽃밭 거닐며
永遠 福樂 누리소서.

 

                 
(時調詩人. 우석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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