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기본을 생각하는 지혜










처음과 기본을 생각하는 지혜

                                                   
허기채 정읍교육장

현재의 교육 상황을 이야기하다 보면, 존경과 정겨움이 넘치던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간의 관계에 대한 지난 날의 향수를 되새기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아마 사람들마다 힘이 들거나 어려울 때 처음과 기본으로 되돌아가 마음을
추스르려는 자연스런 심정 때문일 것이다.

미처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한 학생에게 자기 점심을 나눠주던 선생님. 수업료를 대신
내준 시골 선생님의 미담이 실린 신문 기사. 선생님만 믿겠노라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던 촌부. 우리 선생님이 이 세상에 최고라고 따르던 아이들….
비록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학교 구성원간에는 넘치는 인정 속에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지식 정보화 세계가 도래하면서 생활의 편의와 더불어 의식이나 생활 방식이 크게 변모되었다. 더불어 교육을 보는 안목이나 교육 환경 역시 크게 변화되었으니,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교육에 대한 요구가 다양화됨에 따라 교육 내부에서도 지금 혁신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최근 들어서 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게 된
것도 사회 발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학생 인권과 관련하여 교육 현장의 체벌 문제가 전면에 대두되어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교사의 과잉 체벌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체벌 금지 방안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에 대한 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미미하며 역효과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을 들어 체벌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체벌 금지 주장에 의하면, 체벌이 학교에서 교육적 목적이란 이름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도 그것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체벌은 직간접적으로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잘못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체벌을
통해 교사와 학생은 부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장기적으로 학교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최소한의 교육적 체벌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우리의 학교가
처해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당위성만의 주장에 대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나, 학생 지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에도 체벌은 학생들이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 학교 규칙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사의 교육적 열정이 아무리 순수하다 하더라도 자칫 감정적 체벌의 경우는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공감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이럴 때야말로 우리는 체벌에 관한
논란과 더불어 교육에 대한 ‘처음과 기본’을 되돌아보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학생에 대한 체벌 문제에 대한 논란이 많으며, 우려하는 목소리의 배경 중의
하나도 체벌이 교사와 학생간의 인간적 관계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적 관계와 관련된 문제의 발생은 교사와 학생간의 원활한 대화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사제간의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인간적 관계의 손상은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불가피한 체벌을 포함한 벌의 경우, 그 과정을 교육적으로 처리해
가며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간적 공감을 이루어 간다면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벌을 주기 전에 그 사유를 설명하고 규정에
의한 벌을 주되 벌이 종료된 뒤에 진정으로 위로하고 격려해 준다면 벌로 인한 관계 손상이나 역효과를 차단함은 물론 오히려 더 깊은 오랜 인간적
인연으로 남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교육 효과를 올리면서 정이 넘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당사자인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모두가 학생을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학부모는
교사의 학생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들마다의 인권이 소중하듯이 ‘학생의 인권’ 역시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고 존중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체벌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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