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경










22일 오전 10시경. 전주역사박물관 야외마당에는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개관행사 만큼이나 분주했다.

전주 역사박물관(관장 우윤)이 우리나라 5대 명절중 하나인 동지(冬至)를 맞아 ‘외국인과
함께하는 동지 팥죽제’ 행사를 마련한 것. 정작 초대를 받은 외국인들은
방학이다 근무다 해서 참여가 어려웠고, 부모와 함께 찾은 아이들로 붐을 이뤘다.

떡방아를 찧으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 얼굴에 하얀 쌀가루를 뒤집어쓴 채 새알심을 빚는 아이들, 새해 달력을 판화로 찍어보기 위해
줄을 서있는 남녀노소들,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이벤트화 돼 버린
‘전통’에는 빛바랜 풍경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1세기 세시풍속은 이렇게 진화되는 것인가.

 

#동지의 유래와 의미

동지는 1년 중 가장 어둠이 긴 날. 그러나 이날만 지나면 하루 낮길이가 1분씩 길어진다. 그런 점에서 동지는 죽음을 이기고 다시
출발하는 삶의 상징으로 여겼다. 옛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한다 하여 동지를 작은 설날(亞歲)로 삼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동짓날에는
귀신을 쫒고 한해의 운을 부른다는 믿음에서 붉은 팥죽을 쑤어먹고, 또 새해달력을 나눈다.

동지는
노동지, 중동지, 애동지가 있는데 애동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팥죽을 끓여먹는다. 팥죽은 붉은 팥만 넣고 쑤어 먹거나, 찹쌀로 새알심을 빚어 넣고 끓여먹기도 하며, 우리지역에서는 칼국수를 넣고 끓이기도 한다.

#팥죽 대동식사 풍경

오후 1시경. 야외마당에 마련된 넓다란 책상엔 김치와 눌린 돼지머리가 놓여진다. 직접 빚은 새알심을 넣고 끓인 팥죽을 먹을 시간인
것. 대접을 들고 오순도순 모여든 사람들로 야외마당은 순식간에 발디딜 틈도 없이 꽉 찬다.

9살배기 동갑내기인 조다솔양(전주 용흥초등 2년)과 김현우양(전주 용흥초등 2년)은 “사먹기는 해봤지만, 직접 만든 것을 먹어보니까 더 맛있는 것 같고 신기하다”며 “옛날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게 살았을 것 같다”고 웃었다.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한자리에서 팥죽을 나누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팥죽제 행사로 피날레

오후 2시경에 들어서자 풍물패 비나리가 팥죽 고사를 시작했고, 행위예술가 심홍재씨는 팥죽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어 민요부르기,
소원나누기로 점점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시간도 지꾸만 달아났다.

할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심정무 할아버지(72·전주시 효자동)는 “물론 옛날과
같은 멋은 없어도 많은 의미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 세시풍속을 체험함으로 말미암아, 우리 문화를 기억하고 계승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풍물패
‘한벽’의 판굿과 강강술래로, 관객과
진행자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채 막이 내려졌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려왔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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