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빈곤은 일시적인 현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간성을 황폐화 시키는 ‘굶는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는 우리사회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인류의 모든 사람을 구제하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이에 선진국들은 일찍이 빈곤에 허덕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한단계 높은 문화생활 영위를 위해 기부행위를 생활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인과 개인이 거액의 사재를 기부하는 사례가
있으나 여전히 기부문화 및 동기화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에 기부행위가 문화로 정착돼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선진국 사례를 알아보고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 선진국과 우리나라 기부문화

선진국은 소득의 1%를 기부금으로 내는 ‘1% 클럽’이 일반화돼 있으나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일회성 기부에 그치고 있으며 개인들의 기부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겠다는 ‘1%
클럽’운동을 전개중이며 120여 개 기업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기업과 재벌들이 기부행위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행위는 부진한 형편이다.

게다가 어떤 기업의 경우,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 등을 내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뉴스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의 정기적 기부자는 전국민의 70%에 육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6.3%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지난 99년도 미국의 자선기부금 총액은 1천901억6천만달러(한화 250조원)로 우리나라
연간 예산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이중 개인 기부가 80%에 이른다.

이처럼 미국의 기부금이 많은 것은 국민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행위를 하고 있으며
1인 당 평균 기부액수도 우리나라 돈으로 70여 만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영국도 24만원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99년 기부총액이 2천6백억원으로 1인 당 5천8백원에 그치고
있으며 이중 기업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를 보이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부사례

선진국들은 기부행위가 정착되면서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사적 사회보장 시설이 완비되는 등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외국에는 일생동안 ‘구두쇠’ 소리를 듣고 살지만 죽으면서 거액의 기부금을 사회복지
단체에 기부해 그 이름을 남기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 같은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기부행위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의 국력은 단순히 GNP와 부존자원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만은 아닌 듯 싶다.

특히 카네기는 “많은 돈을 남기고 죽는 것처럼 가장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고 생의 마지막까지 자선활동에만 전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겸 회장인 빌 게이츠와 헤지펀드의 신화를 창조한 조지 소로스 등은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자선 및 장학사업에도 거액의 돈을 쾌척하고 있다.

또한 트레일러 속에서 검소하게 살면서도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던 미국의 한 거부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 재산을 대학과
자선복지 단체에 기부해 감동을 준 바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있는 섬유 기계업체 존 D 홀링스워스 온 휠스 그룹의 회장인
존 홀링스워스 2세(83)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생전에 자신 소유의 부동산 4만2천 에이커(5천140만평) 등 4억 달러(약
5천188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퍼먼대학과 그린빌 YMCA, 그리고 각종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코카콜라는 종업원이 1만원을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내는
‘매칭 기프트’ 방식을 시행해 기부생활을 유도하고 정착시키고 있다.

미국 아멕스카드는 신용카드 수수료 중 1%를 사회봉사 활동에 쓴다.

외국은 자선이벤트나 자선바자회 참석을 통한 기부가 많다. 그러나 국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누구나 1년에 몇 십번씩 가난한 나라를 위해 기부에 참여한다.

‘구호제국주의’ 단체 대표자의 목소리가 너무 자신 있고 위세 당당할 정도다. 그만큼
늘 기부하며 살아가는 것이 관습화 돼 있는 것이다.

정부나 사회단체에서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준다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3월 현재 행자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는 3천892개, 그러나 미신고 시설은
무려 4만 여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의 기부나 자원봉사는 여유 있는 계층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실제 기부 경험이 있더라도 한해에 30만원(연봉 1%) 이상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조사도 있다.

 

 - 우리나라는 왜 선진국과
같은 기부행위가 문화로 정착되지 못할까?

사회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정부의 적극적인 복지정책 체계화다.

정부는 복지정책의 정부부담과 민간 책임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복지사회 구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개개인들은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의 세습을 당연시 하는 사회풍토 때문에 상속세를 적게 물기 위해서
탈세와 변칙적인 증여를 일삼아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부끄러운 사람들이 간혹 언론에 보도 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모금과 기부활동의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기부에 무관심한 국민들에게 기부행위의 보람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모금기관 및 사람들이 투철한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전달체계를 가져야 한다.

IMF체제에서 기업들이 사용한 접대비가 3년간 10조원이 넘는데 비해 기부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아직도
기부금을 하나의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데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명랑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돼 질적으로 행복한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이와 함께 기부단체의 운영비 신뢰성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란 지적이다.

모금단체의 투명성을 높이되 기부금 모집은 규제에서 벗어나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연평균 8%의 고도성장으로 세계 10대 교역국의 위치에 올랐으며
OECD에 가입해 경제적인 외형은 선진국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각 계층간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소득격차에 의한 괴리감과
피해의식 확대로 공동체의식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다.

더구나 부자는 많지만 ‘떳떳하게’ 부를 축적해 사회로 환원한 사람이 드문, 아직 성숙된
문화를 갖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실제 우리 기부문화는 종교적 신념이나 헌신, 타인이나 조직과의 관계에서의 권유가 중요한
기부 동기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부의 세습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 향후 대책

기부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세제혜택의 폭을 넓히고 모금정책을 장려하는 중심으로 정책을 바꾸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이 사회공헌 전담조직을 만들고 사회공헌을 위해 유급 휴가제를 실시하는 등의 배려도 시급하다.

개인 기부자들은 대부분 기부금액이 소액인데다 어떻게 기부해야 할지 또 기부금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금단체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제고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양한 차원의 세제 혜택이 절실하며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현재의 5%에서 최소한
10%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연말정산 때 세금혜택을 위해 기부한다는 대답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나 기부에 따른 사회적 인정이 기부의 주요 동기로 작용하는 미국의 사례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미국에서 개인 기부문화의 폭 넓은 저변에는 세금혜택이란 인센티브가 작용하고 있다.


기부금에 대한 개인소득 공제한도를 보면 미국은 최고 50% 일본은 25%까지 인정해
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조세성 기부금은
전액 공제되지만 자선기관이나 사회복지단체에 내는 기부금은 소득액의 10% 한도만 공제된다.

게다가 조세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부단체에는 기부하고서도 증여세를 무는 일조차 있다.

이밖에도 모금 전문가 양성교육과 모금 및 홍보와 관련한 자원봉사자단 조직도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