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실상사 문화재 발굴현장 리포트










남원 실상사 문화재 발굴현장 리포트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껴안고 전북의 최남단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자락에 잇닿아
있는 실상사(주지 도법스님). 지난 27일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몰고 찾은 실상사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으며, 담장 뒷편에서 벌이는 발굴조사도
한창이었다. 현재까지 진행된 발굴공정은 90%정도. 이는 문화재청과 남원시가 추산하는 수치다. 사찰측은 이와 달리 60-70%정도로 꼽고 있다.
여기서부터 실상사 발굴조사에 대한 ‘오해’가 비롯되고 있었다. /편집자 註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 전 통일신라 흥덕왕(828)때 건립된 실상사는 대지가
8만4천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 점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수많은 불교 문화재를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아니나
다를까? 1996년 12월부터 발굴에 들어간 후 실상사는 국내 최대규모 목탑지가 발견 되는 등 ‘선종불교 대표 사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7년동안 동남쪽과 북편 담장 발굴결과로 미뤄, 현재 탑과 불상의 위치·건물 배치 등에 많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실상사 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증각대사 응료탑비의 몸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발굴이 연장돼야 한다는 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지속적인 발굴을 통해 최초의 가람배치 원형을 확인하고, ‘선종사’에 대한 토대구축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굴 어디까지 진행됐나 = 현재까지 발굴된 지역은 천왕문을 들어서서 보면 오른쪽 부분. 사찰의 동남부에 해당된다. 담장밖 북편은 아직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확인된 유구는 최초의 건물지로 보이는 중문지와 남측 회랑지, 국내 최대 목탑지. 이와 함께 와전류와 토기류 등 유물 550여점이 출토됐다.

그 중에서도 최대성과는 목탑지의 규모확인. 당초 경주 황룡사의 9층탑지보다 조금 작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발굴을 통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목탑지는
고려말이나 조선초에 건립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찰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되고 있다.

◇쌍탑과 단탑유구의 괴리 = 탑지의 유구가 한 개만 발견됨으로 인해, 현재 쌍탑 1석등으로 돼 있는 배치에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특히 유구가 발굴된
곳이 오른쪽 석탑의 좌측부분이어서, 원래 단탑 1석등 구도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시되고 있는 것. 이는 통일신라시대의 가람배치가 대부분 쌍탑일금당식(雙塔一金堂式)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도 상충되는 부분이어서 앞으로의 발굴을 통해 밝혀내야 할 점으로 꼽고 있다.

◇보광전과 기단부 부조화 = 실상사의 주법당인 보광전은 기단부에 비해 훨씬 왜소한 형태로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표적 건물. 83평을 추정케하는 주춧돌이
남아있는 기단부는 초기 주법당의 규모를 설명해주는 단서다. 이 사실은 이미 1991년 동국대 박물관에 의해 증명된 바 있다. 사찰측에서는 월송대사가
1884년(고종 21) 보광전을 세울 때 당시 형편을 고려하여 이런 점들을 무시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약사여래와 약사전의 부조화 = 약사전의 주인인 ‘약사여래’는 일단 큰 규모에 비해 집체가 너무 작다는 점과 손모양이 맞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뤄, 위치가
잘못됐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약사불상이 다른 불상과 구별되는 특징은 한 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다는 점. 물론 약사여래의 손에는 그릇이 들려있지
않다. 이 점 뿐만 아니라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어, 이 불상이 통일신라말 구산선문의 본존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상사가 중창될 때까지 들판에 버려져 있던
이 불상은 약사전을 세운 후 그 안에 봉안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철불인 약사여래는 현재 보물 제41호로 지정돼 있다.

◇ 앞으로 꼭 찾아야 할 유물 = 실상사를 처음 건립한 증각대사의 응료탑비가 비의 몸체를 잃어버린채, 거북모양의 빗돌 받침과 용을 새긴 비 머리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 비의 몸체는 ‘선종사’ 규명자료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어 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이 몸체가 발견됐을
경우 ‘선종사’를 제대로 정립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향후 관광자원 연계 필요 = 실상사를 찾는 관광객은 경상도나 타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곳 관광인구의 60%이상을 이들이 차지한다. 도내서는 오히려
오지로 꼽아 민이나 관 모두 무관심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서라도 문화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가장 이상적인 복원을 통해 관광자원화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범 정부차원의 관심도 절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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