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이면 띵하오










천원이면
띵하오

 

군산학생종합회관장 장병선(수필가)

중국의 명승지 장가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십리화량이라는 명승지를 지날 때다.
바로 옆 장구통 모양의 좁은 통행로에 빽빽이 들어선 상가에는 천 원짜리 물건이 수북수북 쌓여있었다. 영화에서 본 멋쟁이 카우보이의 모자가 천원이면
살 수 있었다.

“예뻐요, 천원이요!”

“싸요, 천원이요!”

한손에 물건을 들고 서투른 한국말을 끊임없이 외쳐대는 중국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가 가려울 지경이다. 마치 한국의 관광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우리말과 중국말에 바람소리까지 합쳐져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중국 사람하면 유년시절에 먹었던 자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학생시절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지금도 가끔 중국집을 찾는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자장면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장가계 상술은 관광지의 기호품 가격을 대부분 천원에
맞추고 띵하오를 부르고 있었다. 관광객이 가볍게 생각하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지갑에서 쉽게 꺼내도록 화려한 유혹이 그들의 놀라운 상술로 보였다.
관광지에서 물건의 가격이 만원이 넘으면 물건의 필요성을 일단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되어 팔리지 않는다. 그러나 천 원짜리의 물건은 관광객이 웃으며
그냥 쉽게 물건을 집어 들고 가볍게 지갑을 연다.

 

등산용 지팡이도 우리 돈으로 천 원이다. 선글라스도, 등산 모자도, 가방도 모두
각각 천 원이다. 관광테이프도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산다. 손자에게 줄 멋쟁이 인형이 두개에 천원이다. 초미니스커트만한 비닐 주머니에 넉넉히 들어있는
군밤도 천원이면 살 수 있다. 아가씨 팔뚝만 하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가 두 개에 천원이다. 저쪽 길 끝 부근에서는 똑같은 옥수수가 다섯
개에 천원을 주고 살수도 있었다. 천 원어치의 먹을거리 한 다발을 사면 둘이서 한참을 먹을 수가 있다. 우리 관광객이 상점의 물건에 눈길만 주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집중적으로 점을 찍어 공격한다. 물건 값을 깎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하나 더 덤으로 끼워 천원으로 맞추는 기막힌 상술이다.


 

우리 속담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아마 중국인의 상술도 일시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고, 천원을 여러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 박리다매의 원리를 적용하는 고도의 상술인 듯싶다. 우리관광객은 천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우선 부담을 가지지 않고 덩달아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듯싶다.

사실 여행의 즐거움은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그리고 ‘소유하는 재미’가
아닌가. 천 원짜리 상술은 우리에게 소유욕과 먹을거리의 즐거움을 동시에 주어 우리를 잠시 황홀하게 만들어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 주었다.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는 관광지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물가가 비싸다는 기억이 떠오르는데 비하여, 중국은 아직 관광 인프라가 서양에 비해 완숙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중국의 이름을 ‘차이나’라고 한다나), 무서운 속도로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었다. 중국은 넓은 국토에 자연의 경치가 빼어난 곳이 많다. 인구가 11억이 넘으니 인적자원이 넉넉하다. 천원으로
시작한 장사 수완은 잠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곰이 꿈틀대는 경제 대국으로 가는 디딤돌이 된 듯하다.

 

관광지에서 가벼운 쇼핑은 즐거움의 하나다. 물건이 마음이 들어 구입하려고 기웃거리면
비싼 물건만 진열하여 손님의 기를 꺾는 상점보다도 가벼운 마음의 상품이 더욱 관광을 즐겁게 한다. 우리나라의 관광지에도 찾아온 외국 손님이나 내국손님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는 선물이나 기호품을 많이 구경하고 싶다. 관광객이 물건을 웃으며 구입하고 쇼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특색 있는
상품을 더욱 많이 개발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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