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세월을 보내고 누렇게 삭아버린 삭정이가 온 천하를 덮었을 즈음, 11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진안 주천중학교(교장 김주철)
강당에서는 때아닌 화려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성한 세월을 보내고 누렇게 삭아버린 삭정이가 온 천하를 덮었을 즈음, 11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진안 주천중학교(교장 김주철) 강당에서는 때아닌 화려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 학교 개교이래 처음 갖는 학예회.

지난 11월30일 오전9시 막이 오른 ‘제1회 주천예술제’는 공연하는 학생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켜보는 20여명의
학부모와 10여명의 교사들도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프로그램은 연극 ‘신춘향전’, 합창, 패션쇼, 수화, 피아노독주, 중창, 골든벨을
울려라, 풍물, 행위예술가 심홍재씨의 공연까지. 그야말로 학생들과 프로예술가의 퓨전 무대답게 어느 문화행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교사들은 “재주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너무 잘한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의젓한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내내 상기된
표정이다.

전교생이 27명인 주천중학교. 김주철 교장을 비롯하여 교사가 10명이니, 교사
1인당 학생비율만 따지면 ‘초이상적인 학교’다. 한때는 학생수가
100여명을 육박했지만, 용담댐 수몰로 지난해 상업고도 폐교되고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제9대 교장으로 부임한 김주철씨(58)는 “시골
학교인 만큼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는 특기교육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도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김교장이 부임 이후 가장 많은 신경을 쓴 분야는 학생들의 편익시설. 교실마다
100여만원이 넘는 온풍기를 설치했고, 학생 1인당 컴퓨터 한대는 기본. 또 갖가지 이름을 붙인 장학금이 넘쳐난다.

이런 탓에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시골학교’라는 불리함을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 오히려 시골학교와
도시학교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다고 여긴다.

처음 치르는 행사치고는 반응이 너무 좋았다는 교사들과 학생들. 이들은 내년 예술제는
규모도 늘리고, 노란 은행잎이 한창인 아름다운 교정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피날레를 고했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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