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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과 식민지성의 양가적 의미

김진균·정근식 편, ‘근대 주체와 식민지 규율 권력’, 문화과학사.

 

최명표

 

근래에 이르러 인문사회과학계의 화두는 근대(성)과 식민주의로 집중된다. 그것은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우리들과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
태도가 닿은 필연적 귀결이다. 그 동안 학계에는 우리의 근현대사에 관한 연구 성과가 상당량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을 기점으로 한 식민지 시대와 그 이후에 대한 연속성 문제는 치밀하게 고구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식민지에 전개된 각종의 근대적 기호들을
식민지 종주국으로부터 강제 이식되었다는 이식론도 아직까지 깔끔하게 청산되지 못하였다.

이 책은 동시대의 연구 상황을 의식한 일단의 사회학자들이 모여서 함께 토론한 성과를 모은 것이다. 한 스승 밑에서 학문적 수련 과정을 거친 소장학자들의 체계적이고 발랄한 논리들을 집성한 이 책을 읽는 기쁨은 여러 겹의
안타까움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식민지성과 근대성은 이분법적인 대립 관계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양자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모하면서
사회의 각 부문에 삼투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생활과 의식을 조직하는 시공간의 범주, 어느덧 우리 사회와 개인의 육체에 육화된 규율 체제
등은 식민지 잔재의 청산 문제가 얼마나 지난한 시대적/역사적 과제인 줄 경고하고도 남는다.

아울러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어린이’라는 용어에 묻어 있는 개량주의적 성격과 식민지적 근대성의 징후를
어렴풋이나마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 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진 소파 방정환의 아호는 그가 유학할 당시
일본 아동문학계를 주도하던 암곡소파의 이름에서 차자한 것이다.

그는 주재한 잡지들에서 한결같이 일본의 부국강병과 국민교육을 표방했었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아동문학 운동이 방정환의 어린이 문화 운동과 잡지 발간 등에 미친 영향 관계는 꼼꼼히 대조되어야 할 터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가정내 공간의 탄생은 근대의 시작과 더불어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어린이’의 개념에 대한
해체적 독법을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예는 필자의 생산적인 독법의 결과물이지만, 식민지 권력은 가족, 학교, 공장,
병원, 군대 등 모든 조직과 시공간에서 피식민지인들에게 새로운 인간형과 ‘신식’ 제도를 강요했던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식민지 권력의 담론 조작 실태에 대한 면밀한 사유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괴로움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며, 사람으로서 마땅히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깨닫는 과정에
속한다. 모름지기 독자들은 책읽기가 자신의 일상화된 생활방식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사유의 자동화를 예방하는 실천이라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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