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논다는 것 정애자(전북대학교)










잘 논다는 것      정애자(전북대학교)

요즘은 세월이 빨리 가는 것 같다. 매스컴들이 어찌나 미리 세월을 재촉하는지 마치 제 시절을 가는 사람은 더디 가고 늦게 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 정색하고
한번 물어보자. 정말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인가?

옛 성현의 말씀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 했다. 우리가 무엇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것을 좋아해야 가능한 일이고, 좋아할수록 즐기기 쉬울 것은 당연한 이치. 사람들이 너무나 생산적인 것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무조건 즐기는
것을 금기시하고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삶의 본질과 무관하게 무엇이든 제대로 놀고
즐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놀면서 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우리도 좋아하는 일을 놀고 즐기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은 생존에 필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노동의 노예가 되어서 즐길 수 없다면, 그것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중대사안이다.


노동의 사이사이 여가에 우리는 교육을 생각하고, 문화를 이루며 예술을 향유한다. 여가가 없다면 그 생활은 지옥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뭔가 할 일이 없는 곳도 지옥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적당한 노동과 여가가 함께 공존할 때에 우리는 삶다운 삶을 향유하는 것일진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즐기는 것에 반드시
돈이 따라다닐 것도 없다. 옛날의 선비들은 친한 친구가 오면 떨어진 망건을 벗어서 술을 걸렀다고 하지 않는가. 떨어진
망건이 더 중요한 소품일 수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면 책을 읽다가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술 한잔 하다 흥에 겨워 실수한 들 어찌 허물을
탓하겠는가.

세월을 재촉하는 사람들에 의해 벌써부터
송년회 자리가 잦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럴 즈음 강요된 술자리를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의
송년회는 일의 연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요되는 술자리라면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해도 결코 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여유는 또 다른 구속이다. 거기에는 문화가 없으며 예술 또한 있을 리 만무하다.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론 흥에
겨울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삶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화두로 제기된 바 있다. 우리모두 질적으로 더 좋은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연구하고
서로 대화해야 한다. 매스컴도 세월을 재촉하면서 비생산적이고 산업적인 게다가 상품화된 놀이 문화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철학을 가지고 우리의 놀이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길잡이가 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불어 함께 잘 놀면서 흥겹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 만약 국민들이 쓸데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즐길 수 없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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