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여성읽기










드라마속 여성읽기

 

여성작가가 쓰는 드라마 현실

                    
정  동  란

 

최근에 방영되는 TV 드라마 대부분이 여성 작가들에 의해 쓰여진다. 작가도 주인공도 여성이고, 시청자도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드라마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에는 여러 유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재미는 즐거움과
배움에서 비롯되는 재미이다. 이러한 재미를 작가와 연출은 창조해야 한다.

최근 MBC-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맹가네 전성시대’(김남원 연출, 박예랑 작)도 여성을 부각시킨 드라마이다.
맹가네 가족 이야기는 억척스런 엄마 최영순 여사(나문희 분)와 큰 딸 금자와 작은 딸 은자의 행복추구를 보여준다. 이 가족 이야기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머니와 딸들에 비해 극히 미약하다.

최 여사는 ‘부’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사람을 평가한다. 이러한 그녀의 기준은 여전히 유효한 우리 기성세대의
가치관이다. 최 여사의 눈에 금자와 은자는 사회적 성공의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약사인 큰 딸 금자(채시라 분)는 두 번이나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들어와 산다.
그러나 최 여사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잘 난 딸이다. 그리고 금자의 이혼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회적 특히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성에게 이혼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장애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딸 은자(최강희 분)는 헤어 디자이너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언니의 학벌과 직업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현대적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의 긍정적 이미지는 정재(류수영 분)를 만나면서 변화된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 온 은자가 갑자기 남성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녀는 정재와 사귀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약사라고 속인다. 남성적
사회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해당 방송사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를 빗대 질타하는 내용이 쏟아졌다. “헤어 디자이너가 직업을 숨겨야 될
만큼 부끄러운 직업인줄은 이 드라마에서 처음 알았다”, “약사가 그렇게 대단한 직업인지 몰랐다”는 냉소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모두 작가가
보여주는 드라마의 비전에 거부하는 목소리들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보여주려는 비전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상에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의
일에 최고 전문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구태의연한 억지 대결구도로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시켜 재미를 유발시키겠다는 의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일 뿐 전혀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없다.

더군다나 현실을 무시하는 이러한 드라마들이 아직도 많은 여성 작가들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연실색케
한다. 이런 류의 드라마들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수용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아무리 극적인
갈등이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갈등구도로 비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은 곤란하다. 살아 숨쉬는 드라마는 목표를
향해 행동하며 나아가는 인물들의 갈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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