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으로 표현하기엔 녹록치 않은 200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으로 표현하기엔 녹록치 않은 200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월드컵과 대선 등 유난히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던
올해. 여성계도 예외는 아니다.

6·13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여성들의 정치참여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여성의 성주류화를 위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또 올
초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의 출범은 지역여성발전에 눈부신 청사진을 제시해줬지만 강현욱 도지사 체제 돌입과 함께 불거져 나온 전북발전연구원 설립 관련
여발원 통폐합 논란은 갈길 먼 전북여성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2전북여성계의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돌아보며, 새해의 ‘희망’을 준비해본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1월
29일 군산 개복동 화재로 14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00년 9월 동일지역에서의 화재참사 이후 1년 4개월만에 재발된 이
사건은 ‘성매매 방지법’ 제정운동을 촉발시키며 지난 7월 국회 발의되기도 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 당했던 여성들의 인권보호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8월에는 전북여성단체연합 부설 성매매 인권지원센터는 성매매 집결지인 전주선미촌에서 현장상담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눈짐작으로만
알고 있던 도내 성매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도 올 해 손꼽을 만한 큰 성과다. 전북여연은 도내 대표적인
성매매 지역에 대한 표본조사와 현황, 유형 등의 실태파악에 나선는가 하면 성매매에 관한 대대적인 남성 성의식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여성단체들의
꾸준한 서명운동과 캠페인 활동은 2년 전 군산 대명동에서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화재참사를 당한 여성들의 유가족에게 ‘국가는 위자료 6천7백만원을 지급하라’는 서울지법의 판결을 얻어내는 쾌거를 안기도 했다.

◇전북여성발전연구원 출범=전북여성발전연구원이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전북도가 출연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여성정책추진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대명제
아래 그 첫 발을 뗀 것이다. 전북지역 여성문제에 관한 조사 및 여성관련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 내부조직체계를 갖추며 기초작업에 착수한 여발원은
이어 7월 도 직영으로 운영되던 여성회관 위탁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원 4개월만에 여발원 통폐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북도가 전북발전연구원설립을 추진하면서 여발원과의 통폐합
방안을 구체화 하고 나선 것. 도내 여성 단체들은 즉각 여발원 통합반대 대책위를 꾸려 강력 대응에 나섰고 성명운동과 시위, 공청회를 열며 진통을
겪은 뒤 최종 철회결정이 내려졌다.

◇6·13 지방선거부터 12월 대선까지=올 해 가장 큰 수확이라면 여성정치의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부터 대선까지, 그 동안 정치판에서 주변부로 남아 있었던 여성들이 조직을 갖추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6·13지방선거가 본격화되자 여성들
스스로 후보를 내는가 하면 전북여성정치연대가 발족됐고 이를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 또한 도내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여성 유권자 운동이 진행하며 ‘여성정치시대’를 가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표결과 전체 273석 중 1.8%의 의석에 만족해야 했다. 아직도 정치판에서 여성의
벽은 높기만 한 것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그 동안 가볍게
여겨오던 여성유권자들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으며 전국적인 조직망을 만들어 인터넷과 거리를 누비며 ‘평등대통령뽑기’에 나섰던 12월 대선에서는
남성주의적 정치판에 ‘여풍’이란 새로운 푯말을 꽂는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호주제 폐지 움직임= 2007년까지 호주제를 폐지하겠다는 여성부의 방침 아래 여성·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호주제 폐지 움직임이 보다 맹렬히 진행됐다. 특히 호주제의 공론화는 제도 자체의 존속 여부에 대한 사회적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어도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고 대선 후보들의 여성계에 대한 가장 큰 공약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12월 초 가족간호 휴가제 도입 및 가족단위 호적제 등을 골자로 한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03~2007)이 확정, 내년을 호주제
폐지 원년으로 삼겠다는 여성계의 숙원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밝은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사회 내 여성을 바라보는 눈은 매섭기만 했다. 올 여름 여발원 통폐합 논쟁이 잠잠해질 무렵
행정조직의 개편바람과 함께 전주시 여성정책과의 축소논의가 붉어졌고 내년 초부터 여성봉사과로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시의회 상임위는
민간위탁 시설과 여성단체 지원사업비, 여발원 예산의 상당부분을 삭감하기도 여성의 성주류화로의 발로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하지만
내홍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부와 전북여성장애인연대가 조직을 정비하며 재도약에 나섰는가 하면 대외적인 활동에 주춤했던
전북여성농민회와 전북여성노동자회 등이 활동을 재개한 것도 올 한해는 물론 내년도 여성계를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김미순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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