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어둠이 가신 뒤 마을 앞길과 다리, 소중히 아끼던 농토와 가옥은 하나도 예전에 모습이 아닌 참혹한 모습 그 자체였다










태풍 ‘루사’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무주군 무풍면 철목마을.

이곳 피해 현장은 해를 넘기고 있건만 농토와 가옥 그 어느 것 하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당시의
피해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 하고 있다.

철목마을을 가기 위해 무주군 설천면 나제통문에서 경북 김천으로  연결되는 30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니 하천
주변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와  나무뿌리, 토사, 바위 등의 뒤엉킨
모습은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마을 앞 하천 부근 논과 밭은 이미 토사에 휩싸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50m의
하천 폭이 이미 150m폭의 하천으로 변해 버렸지만 복구의 손길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이 마을 박완식 할머니(71)는 “태풍이
논과 밭, 집을 앗아갔지만 당국의 사후 대처가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며
당국의 늑장 복구를 한탄했다.

이 마을 한종근 이장(58)도 “도시에서는 복구, 복구하지만 여기는 아직 복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늑장 복구로
인한 내년 농사 걱정을 털어 놓았다.

이 마을 주민들은 “무주군에서는 사라진 논을 하천부지로 편입시켜 보상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주민들과 보상기준
등에 대해 아무런 협의도 없다”며 행정당국의 복구와 보상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들은 특히 “농사피해 보상의 경우 내년에 논 밭에 농사를 지어야만 혜택을 준다는 당국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며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토사에 매몰된 농토를 하루 빨리 복구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내년 농사철까지 복구가 어려워 보상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 아니냐”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고랭지 채소와 쌀 농사로 근근이 생활해 온 이 마을 89가구 180여명의 주민들은
비록 재해지역으로 선포됐다지만 이처럼 보상이 늦어지면서 겪는 생활고가 이만저만 아니다.

농사 수입에 의존하며 살아 온 이곳 주민들은 애써 지어 놓은 농사를 태풍에 빼앗기고, 당국의 보상마저 늦어지면서 겨울 나는 데 한두 가지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이 겨울 끼니 걱정에서부터 자녀들의 신학기 등록금
걱정 등이 그것이다.

주민들의 이 같은 걱정과는 달리 이곳의 복구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복구되어야
할 도로, 하천, 수리시설, 소규모 사업 등은 무려 615건에 달하지만 사업추진 진도는 2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복구 마무리가 언제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가옥이나 도로, 하천, 논과 밭, 어디를 둘러봐도 복구의 손길은 더디기만 하고,
무너진 가옥과 토사에 매몰된 농토를 보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기막힌 처지에 한숨만 토해 낼 뿐이다.

주민들은 “마을 주민 전체가 생활의 터전을 잃고 넋이 빠져 있는데 당국의 복구와 지원은 지금까지
속 시원한 게 없다”며 “당국은 내년 6월까지 친 환경적 항구복구사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 이를 믿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며 주민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도록 조속한 복구와 보상을 촉구했다. /김재범기자kjb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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