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과 직관의 생산적 관계










예술 작품과 직관의 생산적 관계

-자끄 마리땡, ‘시와
미와 창조적 직관’

최명표

우리는 가끔 인간이 창조해낸 예술작품에
대해 찬탄을 표한다. 그럴 적마다 도대체 예술가들의 섬뜩할 정도로 충격적인 통찰력에 놀라워하면서, 그들의 예술혼에
대해 가없는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자끄 마리땡이 1950년대에 저술한 ‘시와 미와 창조적 직관(김태관
역, 성바오로 출판사)’을 권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미국의 한 미술관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은 것이지만, 비단 시와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작품의 생산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데 도움받을 만하다.

특히 이 책은 인간의 예술 활동의 전 과정이
정신의 내부에서 의식하기 이전부터 작품화될 때까지 어떠한 경로를 거치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밝혀준다. 포에지라는
자유분방한 창조력과 감정을 통해 탄생되는 직관적 인식이고, 이것이야말로 모든 예술에 삼투되면서 초월되는데, 그것은 오로지 미를 목적으로 추구된
것이 아니라, 목적 아닌 목적을 지향하며 이루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지은이 자끄 마리땡은 1882년에 태어나서 1973년에 죽을 때까지 무수한 예술가들과 친교하면서 얻은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고 있다. 그는
곧잘 카톨릭계의 지성으로 추앙되지만, 분명히 그는 한 종파를 넘어 당대의 최고 철학자로 지명될 만한 인물이다. 그는 빠리에서 태어나 소르본느대학의
문학부와 이학부를 졸업한 뒤,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생물학을 연구하였다. 그는 대학의 제도권 바깥에서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성토마스 철학의 체계화에
매진하였다. 부인과 사별한 말년에는 수사가 되어 조용한 은둔생활을 선택하였다.

마리땡은 스승 베르그송의 이론적 성과를
비판하면서, 지성의 직관적 성격과 직관의 지성적 성격을 승인하는 것이 진정한 형이상학을 확립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른바 ‘영성의 우위’를 인정한 그의 종교철학사상은 남미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커다란 감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진가는 카톨릭 지성의 부흥
운동에서 빛났는데, 파리 근교의 자택에서 그는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을 은총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그의 집에 자주 왕래한 사람들은 클로델,
모리악, 스트라빈스키, 마르셀, 샤갈, 꼭도 등 다양한 부문의 인물들이었다.

그는 영적 쌍생아와 다름없는 부인의 예지, 청순, 정열, 감수성 등으로부터 많은 감화를 받았다. 따라서 이 책 역시 그의 종교적 도반이며 현실적 동반자였던 라이싸의
통찰력과 영감에 힙은 바 크다. 그는 평생 스스로를 “세속인으로 분장한 천국의 거지”라고 생각하며, 깊은 영성의 세계에서 생애를 마쳤다. 그는
이 책에서 개별적 작품으로서의 시와 예술의 근본으로서의 시를 구별한다. 또한 자연, 인간, 사물과 그리고 스스로 승화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유에 이르기 위해 시적 체험, 인식, 직관, 창조, 마술, 영감, 신비, 지성, 실천윤리 등의 차이를 식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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