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모니터는 첨단, 제설은 삽질










도로 모니터는 첨단, 제설은
삽질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 지난 3일부터 전주시청 도로과는 분주하기만 했다.

TV 모니터에는 경찰청과 연계한 폐쇄회로를
통해 전주시내 주요 도로 35개 지점이 쉴  새 없이 번갈아 가며
비춰진다.

화면에는 눈길을 거북이 걸음으로 ‘기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도로 제설 작업 현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모래와 염화칼슘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 위에서 눈발을 맞아가며
삽질을 해대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제설작업 현황과 시내 주요도로를 시시각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은 분명 21세기 첨단 수준이다. 그러나 제설작업 수준은 아직도 삽질에 의존하는 19세기 수준을 넘지
않는다.

전주시의 제설작업 도로는 외곽순환도로와 사고위험이 높은
39개 노선을 비롯, 이면도로 196개 지역 등 모두 220여개 지점과 노선이다.

시가 갖고 있는 제설장비는 모래 살포기 4대가 전부다. 쉬지 않고 모래를 뿌려대는 데도 넓은 면적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는 구청에 있는 덤프트럭 4대를 추가로 동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트럭 25대를 빌려 제설작업에 투입했다.

새벽부터 삽질에 동원된 220여명의 공무원과 공익요원 등은 계속된 삽질에 녹초가 되다시피 했다.

염화칼슘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움직이는 트럭
위에서 삽으로 염화칼슘을 뿌려댄다. 염화칼슘을 뿌리는 전용 살포기가 없어 어쩔 수 없다.

시청에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공무원들은 도대체 뭐 하느냐” “아파트 단지가 빙판 길인데 왜 모래차가 오지 않느냐” “모래를 너무 뿌려 하수구가 막힌다” 등등.

삽질에 지친 공무원들의 푸념도 계속된다. “새벽부터 나왔는데 너무 하는 게 아니냐”.

도로보수와 제설장비 구입 등에 편성된 시의 올 총 예산은
4억원 정도이다.

이 가운데 도로보수에 투입되는 비용을 제외한다면 2억원 안팎을 장비 구입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살포기 1대 가격이 1억여원에 이르러 예산을 더 확보하지 않는 한 신속한 제설은
여전히 어렵고 시민들의 불만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장비가 부족, 제 때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만만 높다”고 말했다./백종순기자 ca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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