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가 사는 법 – 첫 개인전 가진 전업주부 정현숙씨










“남편내조 덕분에 서예가로 변신했어요”

이 여자가 사는 법 – 전업주부 탈출 정현숙씨

“여수에 가서는 돈자랑 말고, 순천에 가서는 인물자랑하지
말라” 했던가? 전업주부인 정현숙씨(47·전주시 평화동)는 순천 출신답게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순천에서 태어난 정씨는 전남대 사범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교직에 있다, 결혼과 함께 ‘전주댁’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교직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은 것이다.

좋아하던 묵향의 도시 전주로의 입성은 기뻤지만, 젊은 새댁에겐 일이 너무 많은 게 흠이었다. 물론 대학시절 입문했던 서예도 관심 이상의 것은 못됐다.

이런 정씨가 다시 서예를 시작한 것은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면서. 때마침 전시회에 갔다가, 산민 선생의 글씨에 흠뻑 빠져 다시 붓을 들었다. 막내의
입학으로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여유를 찾은 탓도 크게 작용했다.

다시 붓을 들면서 하루 다섯시간 이상을
꼬박 투자했다는 정씨. 이런 배경에는 그동안 아이와 남편의 스케줄에 매여 자신을 방기했다는 반성도 한몫했다.

이왕 시작한 차에 정씨는 좀더 용기를 내, 전주대 교육대학원 서예과에 등록했다. 2년반동안 서예연마와 연구에 정진, 내년 초 석사학위로 10년 동안의 투자를 결산한다.


졸업을 위해 정씨는 지난 29일부터 전북예술회관에서 ‘금문노자’전을 마련했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노자’의 글귀를 화선지에 담아내 관객들에게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졸업전이자 첫번째 개인전이지만 정씨는 이미 국전초대작가에 도전 초대작가, 화성서예대전 심사위원까지 이력이 붙은 서예가다. 당연히
그에게는 ‘미산’이라는 호도 따라다닌다.

정씨는 ‘글씨쓰기’를
심오한 세계와 만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글씨는 그림과 달라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림은 1년만 투자해도 그럴싸하게 포장이 가능하지만, 글씨는
그 정도로는 명함도 못내밀어요. 또 중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글씨를 쓰다보면 자신의 철학과 만나는 심오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어쨌든 정신수양에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이것 저것 손대다가는 한가지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접고 서예에 매진했다는 정씨. 아는 만큼 자꾸 멀어져가는 자신의 테크닉을 정복하기가
가장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의사남편의 내조가 서예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30대후반에 불현듯
시작한 서예수업으로 인해 정씨는 엄마와 아내라는 꼬리표 대신에 ‘전문여성’이라는 새 이정표를 내걸고 자신의 꿈을 확인해 가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잡고.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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