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계의 겨울나기










공연예술계의 겨울나기

각종 공연장이 연말까지 공연행사로 북적이다가 신년에 접어들어 일제히 막을 내리고 한산해졌다. 공연 안내를
보더라도 연초에는 한 달에 두어 꼭지만이 공연장을 장식하고 있는 데 그친다. 공연장 안전을 위해서라도 무대를 쉬게 하는 측면도 있어 공연의 부재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각 공연단체들의 공연준비 시즌이 이 즈음이어서 이런 틈새를 노리는 기획이 아닌 이상 공연장은 한산할
수밖에 없다.

공연을 올리려면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당한 제작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공연 기획에 따르는 시간,
여럿이 함께 모여 연습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시간, 초연인 경우 작가의 글쓰기부터 수정 보완의 시간 등 마땅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이치다.


또 완성도 높은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작품의 연습과정.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적절한
홍보가 없다면 관객을 모을 수 없으므로 제작부터 홍보까지 때에 따른 절차들이 필요하다. 각 공연단체는 신년에 들어서면 한 해의 계획과 새로운 작품준비에
열을 올리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겨울의 칩거는 바로 새 작품을 구상하여 만드는 미래를 위한 돋움대인 것이다.

매년 같은 레파토리를 올릴 경우에도 연습은 필요하다. 물론 창작품 보다 제작비나 연습 일정이 적게 들어가는
잇점이 있으나 관객들로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선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공연단체들은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새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행위에 매달려야 하는 것은 공연단체의 해마다 반복되는 고민이다. 특히 올해는 작년처럼
문화행사도 많지 않을뿐더러 문화예술 예산도 많이 줄었다.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부과된 것이지만 이미 길들여진 습관을 깨는 것이 쉽진
않다.

올해 새롭게 치러지는 문화체육행사라면 10월 전국체전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도 각 공연단체로서는
고민거리다.결국 내실을 다지는 기획공연을 통해 자생력을 살찌워야 한다는 결론만이 남는다.

그동안 문화예술단체들은 ‘책임경영제’다 ‘무료공연을 폐지’다 하며 부산을 떨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포부를 앞세웠던 것과 달리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일단 관객만 모셔놓고 보자는 식의 공연이 많았던 것을 쉽게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립 예술단체의 상설공연 경우 시민위로 공연형식을 빌려 무료공연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예산은 점점 줄어들고 공연규모가 더욱 커지는 시절을 감안하면 서둘러 대안마련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무료급식을 통하여 시민들의 문화적
배고픔을 채워줄 것인가.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바로 경쟁력 있는 작품이다. 모쪼록 즐거운 휴식이 되어, 새봄이 오기 전에 좋은 작품들로
시민들의 기대를 충천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류경호/ 창작극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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