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이렇게 제 생활과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줄 몰랐습니다










“컴퓨터가 이렇게 제 생활과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줄 몰랐습니다.”

전주송천정보통신학교 조성남(19·가명)군은 요즘 컴퓨터에 푹 빠져 있다.

2살 때 부모의 별거로 인해 할머니와
단 둘이서 초등학교까지 살았다는 조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출을 해 친구집을 전전긍긍하며 좋지 못한 친구들과 어울려 결국에는 길가는 어린이의
돈을 빼는 등 범죄의 구렁덩이로 떨어졌다.

15살 되던 해 처음 소년원에 들어온
조군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보냈다.

이렇게 5개월간의 소년원
생활을 마친 후 퇴원해 집에 돌아가 보니 여전히 집안은 궁핍하기 짝이 없고 조군을 맞이하는 따뜻한 품은 희망에 불과했다. 다시 가출을 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범죄의 길로 빠져 지난해 2월 이곳 전주송천정보통신학교에 입소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나
어린마음에 상처만 입고 사는지 정말 힘들었다”는 조군은 생소한 컴퓨터 자판기를 처음 대할 때는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만 생각했다.

차츰 컴퓨터에 재미를 느끼면서 먼저 “제 귀에 들리는 건 컴퓨터 자격증이었다”는 조군은 그때부터 흥미를 가지고 어려운 것이나 모르는 것은 밤낮을
잃고 선생님을 찾아 다니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처음 워드 필기시험에 합격하던 날 조군은 세상에 태어나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부심으로 이제는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실력으로 시험을 봐서 어떤 시험에도 합격하겠다고 스스로를 다짐했다.

그 결과 컴퓨터 2·3급
활용능력 등 7종의 자격증 취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들 눈에는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는 인생의 새 지평을 설정하는 중요한 계기였다”는 조군은 “어렵게 일궈낸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더욱 학업에 정진하겠다”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올2월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다는 조군은 지금부터 고졸검정고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꼭 고졸검정고시에 합격을 해
대학에 들어가 컴퓨터 관련학과를 전공, IT관련 산업에서 건실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겠다”는 조군은 ‘사람은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다’는 생활신조를 가슴에 새기며 더욱 정진하고 있다.

“이제는 제가 열심히 공부를
하니까 하느님께서 도와 주시는지 아버지께서 3개월에 한번씩 찾아와 주세요”라며 “부모님의 정이 매우 그리웠는데 이제는 한때의 호기심과 잘못을 교훈으로
삼아 이젠 사회에 나가도 다시는 어둠에 물들지 않겠다”는 조군은 “이 곳은 내 자신과 모습을 180도 이상으로 바꿨고 이런 각오와 의지로
살아간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곳 전주송천정보통신학교는 만 14세 이상 20세까지 중고등학교 과정 200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한때 잘못을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다.

10대들은 늘 꿈도 많고 희망도 많지만
어린마음에 검은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한번의 실수로 법의 보호를 받아 이곳에 들어온다.

조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에 있을 땐 좋지 못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항상 자신감을 잃고 무의미하게 지내온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올 5월에 퇴소한다는 조군은
“처음 컴퓨터 자격증을 따고
싶어했으면서도 컴퓨터를 다룰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배워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어리석음에 부끄러웠다”면서 “무언가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한가를 비로소 알았다”고 지난 어려운 시절을 회상했다.

2003년 양띠 해를 맞은 조군의
포부는 대단했다.

“퇴소를 불과 5개월 앞두고 평소 그리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어 무엇보다 행복하다”며 “이제는 두번 다시 가슴 아픈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조군은 기필코 고졸검정고시에 합격, 대학에 진학해 진정한 시회인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눈시울 불켰다.

인터뷰를 마친 조군은 “한번의 실수는 용서 받을 수 있지요”라며 “저 같은 불행한 일이 후배들에게는 없기를 바란다”며 컴퓨터 교실로 향했다./김재범기자kjb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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