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천과 실개천, 쾌적한 전주 복원 첫걸음
커뮤니케이션 단절, 리더십 괴리 극복해야

  전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노송천이 복원되고 있다. 물길을 덮었던 콘크리트 뚜껑을 열고 물과 바람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한옥마을과 서부신시가지에는 ‘조랑조랑’ 흐르는 실개천을 만든다. 물론 교통 대안을 마련하고 수량(水量)을 확보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주 시내에 물과 바람이 흐르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즐겁다.

  노송천 복원은
사실상 송하진 전주시장이 시민들 앞에 내놓는 가시적인 첫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라도 전주의 열섬현상을 풀고, 소박한 옛 정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시는 이미
청계천 복원을 통해 주변 온도를 1.3℃ 정도 낮추는 효과를 올렸다.

  전주는 불과 20여년전만해도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였다. 자연재해가 없는 온전한 고을(全州).
풍류와 정취가 있고, 사람 사는 맛도 지금과는 달랐다. 한
겨울도 그다지 모질지 않았고, 한여름 더위도 그럭저럭 부채로 견딜 만 했다. 

  그러던 전주가
동서를 가로지르는 관통로가 개설되고, 전주역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주역 앞 6지구가
파헤쳐지고, 전주천 건너
들판이던 서신동에 개발 물결이 일고, 또 다가산 너머 중화산동과 장승백이를
지난 평화동이 개발되고, 전주 외곽으로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서면서 전주는 바람 길도 함께 잃었다.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꼽히고 있다. 노송천 복원과 실개천 만들기는 쾌적한 옛 전주 되살리기의 첫걸음이라 여겨진다.


  몇 해 전
아파트에서 오죽(烏竹)을 기른 적이 있다. 시골집 주변에 자생하던 오죽을 몇 그루 떠와 큰 화분에 옮겼다. 달빛
아래 하늘거리는 정취도 그립거니와 강인하고 곧은 절개를 닮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14층
아파트 베란다에 놓으니 오죽은 달빛을 배경삼아 제법 운치가 살아났다. 그렇게 호사를 부리며 베란다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오죽 마디마다 하얀 이물이 끼기 시작했다. 진딧물 애벌레였다. 떼어내면 또 생기고, 살충제를 뿌려도 자꾸 생겨났다. 바람이 부족한 탓이라는 생각에 베란다 바깥문을 열어 소통하도록 했지만 이미 오죽을 점령한 진딧물은 그 정도로
기가 죽지 않았다.

  대나무와 바람에
대해 생각했다. 대밭에 늘 사각거리던 댓바람 소리. 대나무는 바람으로 벌레들을 몰아내고, 바람을 맞으며 더욱 강해졌다. 대나무의 충절과 기상은 바람의 선물이었다. 꽉 막힌 아파트 안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바람을 맞을 일이 없었고, 그래서
기상을 완성하기도 전에 벌레에 시달려 몸을 상하고 말았던 것이다. 대나무와 바람은 한속이었다.

  바람은 흐름이며
소통이다. 막힘없이 잘 통하는 것. 바람은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전주시가 노송천과 실개천을 통해 전주의 바람 길을 복원할 요량이라면 이왕 행정에도 바람 길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전주시는 지금 단절되고 정체돼 있다. 행정과 민간의 단절, 행정과 행정 간의 단절로 열섬현상의 전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송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인지 새로운 시정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새로운 변화, 활기 있는 분위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타박한다. 내부 조직은
흩어져 있다. 예산 확보, 인적 교류도 원만하지 않다. 주요 사업은 예산 기근에 막혀 있다. 송시장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개인적 역량이나
성정이 부족한 탓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 리더십의
괴리 탓이다.

 소통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복원해야 한다. 리더십도 전달돼야 한다. 노송천 복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꿋꿋한 ‘세한고절(歲寒孤節)’ 대나무도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진딧물에 상하게 된다. 마음의 속앓이도 깊어지면 큰 병이 된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오해를
불러오고, 오해 또한 오래 머물면 사실로 굳어진다.

  노송천, 실개천 따라 전주에 솔솔 바람이
통하고, 송시장의 행정 역량 또한 그 바람 길 따라 두루두루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송시장의 정치력은 이제야 시험대에 올랐다. 

 // 강찬구 사회부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