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눕시다










사랑을 나눕시다

추위에 떠는 이운비씨 가족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화개마을에 사는 이운비씨(37) 부부는 최근의 혹한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딸 셋에 부부를 합쳐 모두 다섯 식구가 6평 남짓한 무허가 벽돌집에서 추위를 이기며 긴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연탄을 아끼느라 아궁이 구멍을 막아 놓으면
어린 딸들이 감기에 들지 않을까 염려스럽고 구멍을 열어 놓자니 연탄 값이 걱정이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이들은 변변한 기술도, 가진 것도 없어 그동안 건설현장을 찾아 다니며 어렵게 끼니를 이어왔지만 지난 가을 이씨가 직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그나마
이 일마저 어렵게 됐다.

생활보호대상자인 이씨는 다른 사람 보다 병원비 부담이
적었지만 수술비 30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몹시 힘에 겨웠다. 어렵사리 수술을 받았지만 정기적으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씨로선 앞으로 병원비 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수술비 얘기를 하던 이씨의 아내 국석자씨(32)는 끝내 눈물을 훔쳤다. 그가 눈물을 보인 것은 남편의 건강도 문제지만 일곱살 배기 셋째 딸 미순이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미순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천형’으로 불리우는 간질을 앓고 있다. 엄마
품에서 응석을 부려야 할 나이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발작을 일으킨다. 핏기 없는 얼굴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숨 조차 고르지 못한 어린 것을 볼
때 마다 국씨는 가슴이 미어진다. 가진 것 없는 자신을 책망 해보고 ‘전생의 죄 값이겠거니 …’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궁핍한 생활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공장이나
식당에라도 나가 돈벌이를 하고 싶지만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는 미순이 때문에 그는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씨 부부는
정부가 지원해 주는 월 20만원과 인근 교회에서 가끔씩 도와주는 쌀과 야채 등으로 생활을 꾸려간다. 너무 고달픈
현실에 아내 국씨는 2년 전부터 교회를 찾았고 교인들의 도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국씨는 하나의
소망이 있다.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소망이 될 수도, 아니면 남들이 비웃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은 오 갈 곳 없는
노인들을 돕는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다. 남의 신세만 지고 사는 자신도 언젠가는 남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생각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씨는 항상 ‘나도 남을 돕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열세살의
맏딸 미선이는 다행히 공부를 잘한다. 검사가 되어 훌륭한 사람은 도와주고 나쁜 사람은 죄 값을 물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가진 미선이를 위해 컴퓨터도 사주고 영어공부도 시키고 싶지만 마음 뿐이다.

외아들에, 많이 배우지 못한 한(恨) 때문에 이씨는 세 딸을 어엿하게 키워보고 싶지만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직은 젊으니까 몸이 좋아지는 대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하는 이씨는 그래도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백종순기자 ca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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