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고객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같은 편이고 거래가 성사되면 모두가 승리자인 셈이죠.”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48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북지역 판매 왕을 차지한 현대자동차 익산지점 영업부 한와규(38) 과장은 
“고객들은 자동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맨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한 과장의 이 같은 판매량은 지역 경제의 열악한 환경까지 감안한다면 엄청난
실적이란 게 업계의 반응이다.

뿐만 아니다. 그가 지난 92년 9월 현대차와 인연을
맺은 후 지난해 말까지 10년4개월 동안 판매한 자동차는 무려 1천 여대에 달한다.

그런 그지만 처음부터 영업의 달인(達人)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입사 첫해인 92년도 당시만해도 4개월 동안 고작
3대 판매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처음 영업에 뛰어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세일즈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만나는 일이 그토록 쉬워 보였는데 막상 자동차 판매를 위해 접촉을 하니 쉽사리 말문이 열리지 않더군요.”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가 영업에 전력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영업을 시작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93년 어느날
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한 업체 사장을 만나러 갔다.

한 과장은 업체의 사장을 만나기 위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무작정 기다린 끝에 어렵게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계약을 이뤄냈다는 즐거움도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계약 5일째 되던 날 다른 영업사원과 계약한 차량이
먼저 출고됐다며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결국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껴야 했던 순간이 가장 힘들고 좌절감을 느낀 날이 돼
버린 셈이다.

한 과장은 그때 한번 실패의 경험을 다시 재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새롭게 자신을
추스렸다고 한다.

그의 영업 방식은 너무도 간단하고 분명했다.

“제일 먼저 팔아야 할 대상은 바로 세일즈맨 자신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기본에 충실하죠. 고객을 가족처럼 최고로 모시는 것 입니다.”

그는 항상 한 사람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다른 고객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원칙에
충실했다고 말한다.

그의 예상이 적중한 걸까? 어느 순간부터 실 타래가
풀리듯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한 과장은 96년 한 해 동안 96대를 판매한데
이어 97년 117대의 실적을 올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자동차 판매시장도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 과장은 98년 한 해 동안 36대의 저조한 판매실적을
올렸지만 자신과 고객들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털어 놓는다.

그의 변함없는 고객관리는 경기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실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99년 70대, 2000년 77대, 급기야
2001년에는 127대로 전북지역 현대차 판매사원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한 과장은 ‘영업의 일등공신은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저는 고객들이 주변 사람을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도 한달 평균 10~20대 정도는 저의 팬클럽(?)에서 판매해 주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한 과장은 하루 평균 20~30여명의
고객을 만나고 그것도 모자라 매일 50~60명과 전화 통화를 한단다.

그가 현재 관리하는 고객만해도 1천500명.

이처럼 한 과장이 쉬지 않고 고객들과 인연을 맺는 것은 안보면 멀어진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다.

또 한가지 비결은 중고매매상에서 보험설계사, 자동차
용품점 등에 이르기까지 단골을 만들어 놓고 ‘거미줄’처럼 쉼 없이 고객 관리를 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봤다는 전북사업실 고상모 차장은 “한 과장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과 항상 변함없는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우직하다고 할 정도로 회사에서 배운 영업방식을
실전에 옮기는 교과서 같은 사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생활하는 한 과장에게 하늘이 복을 내린 걸까?

지난 94년 결혼 후 아이가 없어 고민하는 이들
부부에게 2000년 딸과 아들이 한꺼번에 탄생한 것이다.

한 과장은 이제 영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정년퇴직 때까지 영업에
미쳐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두 아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 소박하게 말하는 한 과장.

그는 영업을 처음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모든 세일즈는
끈기와 인내가 기본”이라면서 “순수한 영업시간으로 하루 평균 2시간 이상만 할애하면 슬럼프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고객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장경하기자 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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