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한 뒤 세금환급, 카드대금 연체, 출석을 빌미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개인의 금융정보를 빼돌리는 범죄다.

초기에는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세금환급을 가장한 수법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사전 입수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대학 등록금 환급, 경품 당첨, 자녀 납치를 가장한
몸값 요구 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범죄자 대부분은 중국과 대만 등 해외에 ‘둥지’를 틀고 있어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금액을 되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경찰 등 수사기관과 금융관계자는 “발신자 표시가 없거나 녹음 멘트로 시작되는 전화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현금지급기 이용을 유도할 경우 대응하지 말고 국번 없이 1379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자녀 납치 등 수법 교묘=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주부 A씨(43)는
최근 “아들을 납치했다. 몸값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전화를 끊자마자 대학생인 아들(20)에게
연락을 했지만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었다. 놀란 A씨는 범인들이
시키는 대로 계좌에 370만원을 입금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아들은 수업 때문에 휴대폰 전원을 잠시 꺼둔 상태였다. 범인들은 A씨를 속이기 위해 통화 중 아들을 가장한 목소리로 “살려달라”는 애원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특정 직업군을 상대로 한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경찰은 얼마 전 전국을 돌며 자동차 공업사
등을 상대로 교통사고 수리를 가장해 돈을 뜯은 B씨(38)를
상습 사기 혐의로 붙잡았다.

B씨는 “교통사고가 났으니 피해자 차량 수리비와 합의금을 집사람 통장으로 송금해 주면
그 곳에서 수리도 하고 돈도 갚겠다”고 속여 전국 20여 개 자동차 공업사로부터 2천360만원을 받아냈다.

B씨는 가짜 주민등록번호와 차량번호를 불러주며 업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송금 액수를 ‘98만원’ 등으로 구체화 하기도 했다.

△‘당한 돈’ 돌려받기 힘들어= 사기범에게 속아 많게는 수천 만원까지 송금한 피해자들은 상당수 범인 검거에 앞서 피해 금액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송금한 계좌가 대부분 ‘대포통장(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린 계좌)’인데다 경찰 수사를 통해 추적에 나선다
해도 이미 중국이나 대만 등 해외에 ‘둥지’를 튼 주범에게 입금된 돈이 빠져나간 다음이기 때문이다.

송금 즉시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알려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등 조치를 취했다면 그나마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계좌 주인의 범죄 연루 사실이 드러나거나 ‘잘못 입금된 돈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

계좌의 주인이 노숙자나 주거가 불분명한
외국인이라면 범죄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임을 알고
뒤늦게 지급정지를 신청했지만 되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며 “이렇게 사기 계좌로 추정되는 잔액은 전국적으로 130여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비밀번호 입력’ 100% 사기= 전화를 걸어 카드나 계좌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면 100% 사기다.

경찰은 “어떤 기관이라도 자동응답전화(ARS)를 이용하거나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개인 정보를 물어보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피해는 그러나 여전하다. 교묘해진 수법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면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

경찰과 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은 최근 전화금융사기가
잇따르자 각종 예방법을 내놓았다.

발신번호 표시가 없거나 001, 080, 030 등 처음 보는 국제 전화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화를 이용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침착한 대응과 함께 경찰에
신고한다.

또 학교 홈페이지나 인터넷 모임 등에 휴대전화와
집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노출된 정보는 사기범이 상황을 신빙성 있게 구체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 밖에 ‘자녀 납치’ 등 의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자녀와 가까운 친구들의 연락처를 알아두거나 비상시 연락망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를 당했다면
지체 없이 신고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공공기관에서 걸려 온 전화라도 의심스럽다면 반드시 사실관계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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