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15










그림에세이 15
독학으로 우뚝 선 화가 강정완

장춘실(진안주천중교사)

세상에는 뛰어난 인물도 많다. 신문과 잡지는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 혹은 ‘분야별 최고의 인물’이란
기획물로 연말년시를 장식한다. 이런 기사를 접하는 순간 우리는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감탄한다. 더러는 부모 잘 만난
이들을 부러워하거나 제 신세를 한탄한다. 하지만 이 '인물' 모두가 부자 아버지를 두거나 높은 학교를 다녀 성공한 것은 아니다. 가난이란 복병을
물리치고 제힘으로 우뚝 선 이가 많기 때문이다.

화가 강정완(1933- )은 경남 산청의 가난한 농사꾼 아들이다. 그림 잘그리는
신동으로 소문 났지만 궁벽한 산골에서 최선의 선택은 사범학교 진학이었다. 졸업 후 초등교사로 시달리는 동안에도 그의 꿈은 불타올랐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그 시절 화가로 등단하는 유일한 길은 국전에 입상하는 것이었다.

산골화가 강정완 역시 국전에 도전장을 낸다. 이 독학자는 계속된 낙선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 드디어 입선, 잇달아 5회의 특선과 대통령상 수상이란 대어를 낚는다. 마흔두 살 되던 75년의 일이니 고진감래요 진인사대천명을
실현한 셈이다.그후 수상자의 특전인 파리유학은 그의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78년 몬테카를로 국제 현대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 해외화단에서도
인정받는 화가로 우뚝 선 것이다.

그는 계보가 없다. 국내의 미대 출신이 아니니 스승도 없다. 독학자의 개성과 색채가
강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회고' '파리의 인상' '사랑의 뜰'은 매우 독특하다. 형태보다 심리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식,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상징적 공간, 인상파와는 구분되는 빛에 대한 탐색, 현란하고 매혹적인 색채사용은 다른 작품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다. 가까이 서 본
79년도 작품 '녹태양'에도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불화가 강정완의 70년 세월은 아름답다. 빛과 색채의 마술사란 찬사를 들으며
프랑스 화단에 확고한 위치를 점한 강정완. 그의 화려한 수상경력과 초대전 개인전을 통해 보여준 성취보다는 독학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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