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어질 봄바람이 불어댄다.


혼란한 세상 뒤로하고 잠시 어딘가로 떠나고싶다.

꽃잎 펄펄 날리는 하동이나 산동쯤이면 여한 없을 것이다.

그를보면 이런 기분 느낄 때가 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으나 동의하는 이도 있을 법. 바로 전주코아호텔 한식당·커피숍 지배인 강인주씨(28)의 얘기다.

혹 그곳에 앉아있으면 그의 발걸음부터 눈에 띄기 마련이다.

종일 200여 평 공간을 종종대는 몸짓은 발레리나의 그것처럼 사뿐 사뿐하고, 단정한 머리에 새치름한 미소 또한 단아하기 그지 없으니 말이다.

그 뿐 아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말씨나 자세는 뭔지 모를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 연유일까. 그는 도내 최초로 호텔 여성 지배인이 됐다.

근무 6년 만에 일궈낸 값진 열매였다.

“글쎄요. 당시만해도 무턱대고 좋다고 만도못했어요. 나이도 어린데 중책을 맡겨주셨으니 부담이 웬만해야지요. 하지만맡겨주신 분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아주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 간부님들의 염려는 기우로 끝나고 말았지요.” (웃음)2년 전 그를 커피숍과 한식당 총괄 지배인으로 임명하자 호텔내 간부들은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나이 어린데다 여성이 감당할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허나 이는 기우로 끝났다.

한식당과커피숍이 1층에서 13층으로 옮겨오는 등 어려움이 적잖았으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간 것이다.

그에게서 발레리나 모습을 읽어낸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그는 현대무용을 배웠다.

그러다 무릎통증으로 무용가의 길을 접게 된다.

본래 간호사를 꿈꿨던그는 간호대학도 염두에 뒀으나, 드라마 ‘호텔리어’ 붐을 타고 관광일어통역과로 전공을 선택하고만다.

그게 호텔과는 인연이 된 셈이다.

“호텔 일은 제 적성에 꼭 맞아요. 한번도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가장 기분 좋은 일은 고객들과 만나는 것이지요.사실 서비스업은 프로정신 없으면 곤란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굳이 프로정신을 가지려 하잖아도본능적으로 몸에서 우러나온다고 할까요.”종일 걸어야 하는 일 임에도 그 아팠던 무릎이 가만있는 걸 보면 자신은 타고난 호텔리어인 모양이라고 웃는다.

그럼에도 억지부리는 고객만큼은 절대반갑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가끔 사소한 일로 문제삼고 돈을 내지 않겠다는 분들이계세요. 어떤 분은 욕하시면서 고집 피우기도 하고요. 이럴땐 정말 진땀 나요. 그렇게 나쁜 상황을 수습하고 나면 정말 뿌듯해지곤 합니다.

그게 바로 지배인 몫이기도 하고요.”대신 그가 가장 기쁜 일은 나이 어려도 대접해주는 고객을 만났을 때. 농사지었다고고구마를 건네기도 하고, 해외여행중 샀노라며 초콜릿을내밀 땐 세상을 죄다 얻은 듯 행복해진다고 고백한다.

한결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함은 물론이다.

코아호텔 커피숍은 ‘코아방송(?)’으로 불릴 정도로, 한때 내로라했던 원로 고객들이 많은 상황. 강씨에게 이들은 친할아버지 이상이다.

시사감각을 배우고 과거사를듣다 보면 스승이 따로 없는 연유다.

“가족이란 꼭 혈연만이 아니지요. 누구나가족같이 지내면 마음이 말랑말랑한 빵같이 부드러워져요. 그럼 살 맛나는 세상이 되는 것 아닐까요.”끝까지 일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 수영과 배드민턴으로 몸매 관리하는것도 그런 연유다.

전주토박이인데다 여섯딸 중 막내 강씨가사는 법은 이처럼 늘 싱그럽다.

화안시(和顔施)로 건네는 그의미소 한 모금이 오늘도 사심없이 피고 지는 꽃만큼이나 아름다움에 취하게 한다.

“사람은 무의식중에라도 자기가 준 만큼받으려는 것 같아요. 준 만큼은 아니어도 아예 보답이 없다면 떠나게 되지요. 점점 적극적인 사람이 소중한 것 같아요. 삶이 복잡하니까 그만큼애정이 부족해서겠지요. 모르긴 해도 서비스업은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김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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