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하오(挺好), 팅하오….”자신들이 직접 한지로 만든 ‘연필통’을 든 중국 유학생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적막에 쌓여있던 체험공간에 일순간 소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우석대 중국유학생 6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한국전통문화강좌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낯선문화로의 초대지난 22일 오후 3시. 전주 교동아트센터는 발 디딜 틈 없이 부산했다.

우석대 요청으로중국인 유학생 62명이 한지공예체험에 참여한 이유였다.

일단 김완순 관장이 말꼭지를 땄다.

한지 역사는 물론이고 한지공예 재료에 대한 강의였다.

김 관장이 ‘한지’를 아느냐고 묻자, 중국에도 비슷한 종이가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엔 ‘닥나무’였다.

허나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이어 만들게 될 연필통 제작방법과 재단과정을 소개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이론수업은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이들이 만든 연필통은 한지 공예중에서도 ‘지장공예(紙裝工藝)’. 나무로 골격을 짜고 안팎으로 여러 겹종이를 바르는 식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하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임진아 실장은 미리 밑작업을 해뒀다고 귀뜸한다.

말하자면 틀을 만든 나무에 속지를 붙여뒀다는 얘기. 순지라 불리는순수한지를 이용해 재단한 뒤 붙여두어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순지로는 닥이 많이 섞인 한지가 쓰이며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쉬운이유라고 덧붙인다.

 #한지공예 팅하오 팅하오김 관장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던 학생들은 1시간 반 만에 그럴싸한 작품 한 점씩을 완성했다.

흐트러진 모습을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 진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은 이들을 돕는 이국인들을 감동으로몰아넣었다.

김 관장도 놀랍다는 반응. 잘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다며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고나니 사명감까지 느껴졌다고 혀를 내두른다.

이날 작품에는 빨강색과 파랑색이 주로 쓰였다.

김 관장이 이 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염두에 둔 배려였다.

역시나빨강색 선호도는 별났다.

중국 남경에서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장민정씨(우석대 특수교육학과 4년)는 “중국에서도 비슷한작업을 해본 적 있으나 방법이 많이 다르다”면서 “이날 만든연필통은 중국으로 돌아가면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말했다.

장씨는 또 “닥나무가 중국에도 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며 “한지를만드는 공장에 가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우석대 한국어과에 재학중인 장예씨도비슷한 입장. “창조가 곧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창조의현장에 있었고, 또 그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으나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고흐뭇해했다.

장씨는 이어 “한글은 배우기도 쉽고 쓰기도 쉬운 것 같아 대단한 문자라고 생각한다”며“다만 친구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소개했다.

장민정, 여요완, 오언, 장예, 이군혜, 팽희정 등등. 이런 이국 소년소녀들의이름이 이리 가깝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정말이지 지구촌시대인 모양이다.

/김영애기자youn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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