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격의 급등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주요 쌀 수출국가들이 잇따라 수출량 감축을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국제 쌀 가격은 지난 3달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으며 이에 따른 생활비 압박으로 아시아 국가 빈곤층들의 소요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쌀 외에도 주요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지난 몇 달 사이 세계 곳곳에서는 식품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1월 이후 밀과 밀가루를 실은 트럭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동원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대두 부족을 둘러싸고 항의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식용유와 곡물, 육류, 우유, 계란 등에 대해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기니와 모리타니, 멕시코, 모로코,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예멘 등지에서는 지난 몇 달 사이 식품과 관련한 폭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지난 이틀 사이 주요 쌀 수출국가인 베트남과 인도가 국내 쌀 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 물량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쌀 가격은 앞으로 더욱 뛰어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베트남은 지난 28일 국내 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쌀 수출 물량을 4분의 1 감축한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최고급 쌀을 제외한 모든 쌀의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28일 발표했다. 이집트는 4월1일부터 모든 쌀 수출을 6개월 간 잠정 중단한다고 말했으며 캄보디아 역시 정부기관 외에는 일절 쌀을 수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쌀 수국가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쌀 품귀를 우려 정부에 사재기 행동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아시아 각 국과 쌀을 소비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쌀 가격의 급등이 도시빈민층의 분노를 촉발하게 될 것으로 우려해 왔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니컬러스미노트 연구원은 " 쌀 가격 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도시빈민층이며 이들의 시위 등으로 인해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 말했다.


쌀 가격이 이처럼 뛰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도와 중국에서 삶이 윤택해지면서 쌀 소비가 크게 늘었다. 동시에 호주 등 주요 쌀 생산지에서 가뭄과 악천후로 쌀 생산은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많은 쌀 재배 농가들이 보다 수익성이 높은 작물 재배를 위해 쌀 농사 대신 다른 작물로 재배 작물을 바꾸고 있으며 도시화와 산업화로 쌀 재배 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마닐라에 있는 국제쌀연구소의 수실 판디 농업경제학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각 국 정부들은 쌀 가격 안정을 위해 많은 쌀을 비축해 놓고 있었지만 쌀 가격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 같은 재고 비축을 위한 비용 부담 때문에 현재 각 정부들의 쌀 재고 수준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면서 이로 인해 쌀 가격은 점점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가인 태국은 아직 공식적인 쌀 수출 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태국 수출업자들이 국제 쌀 가격 급등을 지켜보며 더 높은 가격에 쌀을 수출하기 위해 사실상 수출을 중단한 상태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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