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안지역으로 취재 갈라치면 제일 먼저 뵙고 고언을 들었던 양규태부안예총 회장. 그날따라 수심 가득한 얼굴이어서 여쭸더니“좀 아파 그런 것이며 신경 쓸 만큼은 아니”라고 해물 칼국수 한 그릇을 흔쾌히 사주셨던 게 지난해 여름 언저리다.

아뿔싸…. 산방투병일기 ‘은침이 종양에 도전하고 있다(신아출판사刊)’를 받아보고 나서야 암투병중이셨구나싶으니 쥐구멍부터 찾아진다.

또 그제서야 오랫동안 양 회장과 함께 해온 나름으로 너끈히 그러고도 남으실분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미련함에는 약도 없는 모양이어서 책을 받고도 한참 동안 밀쳐뒀으니 이 무례를어찌 감당할 것인가.양 회장이 전립선 종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초봄. 아파 보지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절대 모른다는 생각이 투병일기를 쓰게 했다.

‘지옥 같았던 시간’이며‘불안했던 하루하루’, ‘오고 가는 저승길’, ‘3시간의 안마’, ‘왕쑥뜸’, ‘PSA 1, 900과 80의 사이’ 등 갑자기 생과사의 갈림길에 선 아픔을서리서리 담고 있는 셈이다.

과학문명이 최첨단을 자랑하나 종양에 대한 도전은 현재 쾌답이 없는상황. 이런 현실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동반자의 우호적 관리정신이 중요하다’든가, ‘다급한 성질을 쓰다가는 낭패를 당한다는 게 당해본 사람들의 한결 같은 충고’라는데 이르면 투병일기라 해도 웃음보가 터지고 만다.

“종양은 지정석이 없다.

누구는 아니고 누구는그 놈에게 당해야 하는 것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떠돌다가 찾아가는 곳이 그 놈의 휴식처다.

지위 고하도 따지지 않는 무법자다.

있고 없고도 따지지 않는 부랑아다.

”어떠신가. 어느 누가 병마와 싸우면서 이리 기지 넘칠 수 있는가. ‘투병일기’라는선입견으로 이 책을 보기에는 아무래도 그 세계가 너무 넓고 크다.

‘종양’이라는놈도 그게 무서워 도망갔을지 모른다.

그 뿐 아니다.

전립선의 구조나 전립선 종양의 통계, 발생원인, 예방 등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니 의학적인 상식까지넘나드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소 양 회장의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 있다.

그의 겸허함이다.

양방뿐아니라 한방, 민간요법, 식이요법까지 죄 동원해가면서 치료를위해 그가 보였던 열정은 누구라도 고개 숙이게 만든다.

종양과 싸우면서도 일상을 남김없이 기록할 수 있었던 저자의 고백, 얼마나위풍당당한가. 자신처럼홀로 애쓰는 이들을 위한 배려라는 데 이르면 그의 숭고함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가 생명을 연장하고싶어하는 욕구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으로 귀결된다.

이 또한 그 동안 사회봉사에 매여 소홀했던가족과 자신에 대한 배려임은 불문가지.40여년 공직생활을마감하고 지역문화 살리기에 앞장선 양 회장. 그가 아니었더라면 ‘부안’의많은 문화유산들은 유폐되고 말았을 것이다.

누가 됐든 알고자 하는 이들에겐 친히 동행하는 수고를 서슴지않았고, 기록을 위한 저술활동도 앞장서서 해온 요량이 그나마 이들을 지켜준 터다.

그 만큼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각설하고 ‘부안’에 대해 그 만큼 아는 이가 드물다.

문화면문화, 행정이면 행정…. 궁금증을 갖고 물으면뭐든 술술 나오는 통에 물끄러미 그의 입만 쳐다봤던 기억이 초롱초롱하다.

어느 핸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민속학자들과 동행했던 위도 가는 배편에서의 강의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가 종양을 이기고 우리 곁으로 돌아와 너무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그의 편지 말미, 병마와 싸우면서 지내는 이들에게 이 책을 무료로 드리고 싶다는 의지를 빠뜨리면 안될 것 같다.

(063-583-0077)/김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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