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마야인들은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제물은전장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수였다.
전쟁이 없을 때는 오늘날의 축구와 비슷한 ‘펠로타(Pelota)’라는 경기를 열어 이긴 팀의 주장을 제물로 바쳤다. 멕시코마야 유적지 치첸이차에서 안내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안내인이 말실수한 것으로 여겼다.  ‘이긴 팀의 주장이 맞느냐’고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재차 ‘이긴 팀의 주장’이라고 확인했다.
나의예상과 상식을 벗어난 것이어서 의아스러웠다.

 치첸이차에서 깨친 권력의 속성

 ‘전장에서 이기고 돌아 온 장수와 이긴 팀의 주장’이라는 제물에 대한 정의에 의문점이 들었다. ‘왜 장수와 이긴 팀의 주장을 제물로 바쳤을까?’내 상식을 벗어난, 일반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며칠을 고심했다. 고심 끝에 나는 드디어 그 해답을 찾았다. 신분과 역사를 뛰어 넘지못하고 오늘의 내 상식으로만 보았던 탓이었다. 절대 권력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마땅한 선택이었다.

 이날 사건은 내가 권력의 속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제물로 바쳐지는 그들은 모두 부족 내에서 추앙 받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능력과 지도력이 검증된 이들이었다. 부족 내에서 ‘영웅’이었다. 이 영웅은 그러나 절대 권력자에게는 곧 잠재적 경쟁자였다. 권력자의눈에는 ‘지존’을 넘볼 수 있는 화근이었다. 권력자로서는 경쟁 상대이자, 어떻게든 제거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권력자는 고심했을 것이다. 권력자의 등에붙어 권세를 부리던 무리들도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러다 생각해 낸 묘수가 제물의식이었다. 제물의식은 부족의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권력자의힘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게다가 제물의식은 ‘숭배’와 ‘두려움’을 동반한다. 절대 권력에 대한 두려움은 곧 권력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진다. 이모든 효과를 단번에 불러낼 수 있는 것이 제물의식이었다. 권력자로서는 이처럼 좋은 ‘프로젝트’를 마다할리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이겨내고, 제물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신성하고 고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부여하는 일이었다. 사회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 가치를지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절실히 필요했다. 부족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바쳐지는 고결한생명이라는 신성적(神成的) 가치. 그리고 제물 스스로 그 가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명심(功名心).  

제물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부여 받은  ‘장수’와 ‘이긴 팀의 주장’은 이미 신성성을 확보했고, 스스로 공명심도 가졌음직하다. 이 모든 의전을 보조하고 기정사실화하는 소도구로, 제물에게는 ‘희생을통해 얻는 영생의 영광“이 주어졌을 것이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현실적인 부와 명예가 주어졌을 것이다.

살아남은 부족들은 자신이 제물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서 더욱 더 열광하고,제물을 신봉했을 것이다.

 오늘은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자 새로운권력자들이 탄생하는 날이다. 치첸이차에서 얻은 권력의 속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당선되기 전에는 모두가 ‘서민의 대변자’임을 자청하지만, 서민들로서는그 마음이 당선 이후에도 변치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권력에 빠져들면 행사하고 싶어지고, 그 맛에 길들여지다 보면 지키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그 욕심이 넘치면 자신을 위해 희생시킬 제물을 찾게 되고, 결국 그 제물은 시민일 수밖에 없다.

 권력을 경계한 이카루스의 신화  

권력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이카루스’의 신화를 소개한다. 감옥에 갇힌 데이달루스는 아들 이카루스를 탈옥시키기 위해 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밀랍으로 아들의 몸에 붙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바다와 태양의 중간을 날아야 한다. 너무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아서 추락하게 된다. 너무 낮게 날면 파도에 깃털이 젖을 수도 있다.

’  그러나 이카루스는 날아가는 것에만 몰두하다 아버지의 충고를 잊게 된다. 이카루스는 하늘 높이 오르다 결국 밀랍이 녹는 바람에 바다에 떨어져 죽게 된다.

 오늘 당장 권력을 갖게 될 새로운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이 ‘이카루스’의 신화를 선물한다. 권력의 싹이 움틀 때마다 스스로 경계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강찬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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