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달포쯤 되는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머슴’이라고 말하고 공직사회의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대통령은 “머슴은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고 더 많이 일해야 한다”면서 머슴론을펼쳤다는 보도입니다.

머슴이 부지런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얼마나 성실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지난번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비쳐진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도가 국민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하위 공직자들의 성실성을 얼마나 이끌어낼수 있을까? 자못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머슴론을 들으면서 머슴의 뜻과 머슴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머슴의 사전적 의미는 농업임금노동자입니다.

삯을 받고 일해 주는 사람을가리킵니다.

최세진(崔世珍)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고공(雇工)을 머슴으로풀이했습니다.

머슴은 고용기간에 따라 새경(사경=私耕)을 받고 1년 단위로 고용하는 머슴,계절로 고용하는 반머슴(季節傭), 다달이 고용하는달머슴(月傭)이있었고 일정한 토지나 가옥, 또는 식량을 받고 고용주를 위해 일정 기일 노동하는 고지(雇只)머슴도 있습니다.

또노동력과 농사경험에 따라 임금 수준을 정하는 상머슴과 중머슴, 보조적인노동을 하는 꼴담살이(심부름머슴) 등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조선 후기 농업 생산성 변화와 농민층 분화로 몰락 농민이 늘어나고, 농번기에일시적으로 많은 노동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머슴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여기에 갑오경장으로 인한 사회신분제도 변화로 양반집 노비들도 많이 머슴으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그 때의 시대상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토지수탈과 인구증가로 인하여 몰락 농민이 더욱 늘어나 자연히 머슴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1930년 일제 총독부 통계에 따르면 머슴이 53만7432명에 이르렀습니다.

  광복 후에도 머슴은 존속되었으나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 중반에들어서 머슴의 고용형태가 점차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광공업부문으로 일자리를 옮겨 머슴일손 부족 현상이나타났습니다.

머슴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새경이나 월 삯이 계속 올라 고용농가의 영농비를 압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머슴은 점차 사라져갔고, 지금은 순수 농업임금노동자가 있을 따름이어서농촌에서도 머슴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나 머슴의 어원은 근로자라는 뜻 보다는 상속자라는 뜻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머슴론은 그저 부지런하고 성실한 정도로 풀이하기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머슴은 농경 시대에 들어 임금 노동자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처음 모계사회시대에는처가살이하는 사위 남자를 머슴이라고 했습니다.

남자가 장가들면 처가에 들어가 살면서 가사를 책임질 뿐만아니라 재산을 상속받고, 심지어 장인의 성(姓)까지 상속받았었습니다.

머슴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처음부터주인으로써 가사와 재산, 그리고 가통(家統)까지도 책임을 지는 주인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거론한 공직자의 머슴론은 부지런한 공무원, 성실한 공직자의 수준을 넘어서 나라 살림과 민족의 역사, 문화 전통까지도책임지는 주인으로써의 공직자론이 돼야 할 것입니다.

/서승 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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