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명박 정부 출범 전후로 양국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실용외교'와 '한미동맹'을 함께 강조해 온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익이 없으면 동맹도 없다"며 철저한 실용외교를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지만,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한미동맹에 있어서만은 '실용(국익)'과 '동맹'의 선순위를 놓고 저울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익을 앞세운 실용외교를 할 경우 한미동맹 강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한미관계를 고려해 한 발짝 물러설 경우 한국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양국간 이익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의 주한미군 기지 이전 전용 문제 ▲아프가니스탄재파병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주한 미대사관 부지 변경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등에 대한 요구사항을 봇물 터뜨리듯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방위비 분담금의 한국측 비중을 기존 40% 내외에서 50%까지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월터 샤프 차기 주한미군 사령관 후보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주한미군 2사단 기지 이전 비용을 미국 예산과 한국의 방위비분담 비용에서 충당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버웰 벨 사령관은 지난달 12일 "미 2사단 이전비용도 50대 50 배분 원칙에 따라 반은 미국이, 반은한국 방위비분담금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용산기지와 의정부·동두천 등에 있는 미 2사단의 평택이전 비용을 각각 한국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의 이전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어 우리 정부는 이전 비전용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또 우리 정부가 지난해 말 동의·다산부대를 철수시킨 아프가니스탄 파병 지역에 군·경 교육 인력의 추가지원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방장관은 지난 1월 당시 이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찾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에게 이와같은 요구를 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도 지난 10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의 아프간 재파병과 관련, "한국의 새 정부와 논의할 문제"라며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규모 아프간지방재건팀(PRT)을 요청한 바 없다"며 "다만 당초 계획대로 공무원·의료진·직업훈련전문가 등 PRT 20명~30명을 파견할 예정이며 이 중 경찰 포함여부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의 PSI 전면 참여도 권유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PSI 8개항 중 역·내외 훈련 참관 파견, 브리핑 청취 등 옵서버자격으로 가능한 5개항만 참여하고, ▲정식 참여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 훈련시 물적 지원 참여등 핵심 3개항 참여를 거부하다 미국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정책을 강조해 와 PSI의 전면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주한 대사관 이전 예정 부지를 지난 2005년 한·미가 합의한 용산기지 내 '캠프 코이너(Camp Coiner)'에서 '사이트-비(site-B)'로 바꿔 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당초 2008년 완료 예정이었던 용산기지 이전이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짐에 따라 미 대사관의 이전이 지연될 수 있는 점을 고려, 지상 건축물이 많지 않아 이와 상관 없이 조기 착공 및 이전이 가능한 사이트-비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은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 동의를 위해 한국에게 뼈 있는 쇠고기 전면 수입과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연령 기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안보·경제를 넘나드는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이명박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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