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허’ 와 ‘실’을 말할 때 전범으로 꼽히는 연구 사례다.
   ‘미국이 소련기자를 초청해 어떤 내용이든 자유롭게 취재해 기사를 본국에 송고토록 한다. ’는 내용이 답변을 얻고자하는 질문이다. 1950년대 냉전시대에 미국시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오늘날까지 자주 인용된다. 단순히 이 질문만을 던졌을 때 이에 긍정하는 답변은 36%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질문앞에 ‘소련이 미국 기자를 초청해 어떤 내용이든 자유롭게 취재해 본국에 송고토록 한다. ’는 내용을 첨가했을때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긍정적으로 답변한 사람은 76%에달했다. 사람들의 공평성 감각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으로 36%와 73%의 지지도 차이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 사례는 설문 앞에 도입 질문을 던져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여론조사가얼마든지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전문가 얼마든지 조작 가능  

여론조사의 결과는 조사전문가의 손에 달려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문항을 이어가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여론조사는 전주조사를 축소한 것이다. 여론을 유추해서 담아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론을 왜곡하고 경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피조사자의 의식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간다. 그들은 여론을 조작해내는 기술을 숙지하고 있으며, 나아가 조사 자금을 부담하는 고객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은 때에 따라서만 사용한다. 여론조사는 공정성과 형평성이 생명이며,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4.9총선이 끝난 가운데 ‘중구난방(衆口難防)’ 여론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조사마다 큰 차이를 보여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결국 언론사마다 심혈을 기울였을 마지막 출구조사마저 크게 빗나갔다. 선거 여론조사의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론조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10%대의 응답률만 봐도 여론조사에 대한 거부 반응을 유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밤낮으로 걸려오는 전화도 기피 요인이 됐다. 이들 여론조사 전화 가운데에는 실제 여론조사가 포함돼 있지만 불법 선거 운동인 여론 조작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최근 들어 선거출마자들 사이에 ARS 여론조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겉으로는 여론조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내는 불법 선거운동임을 유권자들도 간파해야 한다.이런 여론조사는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을 홍보하고 상대의 흠집을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유권자를 차별화를 시도한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응하다 보면  ‘40대의 패기만만한 젊은이와 60대의 노쇠한 정치인’ 등으로 대비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여론조사를 흑색선전을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전체적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책추진 등에 동원돼 시민 현혹

여론 조작의 더욱 큰 문제는 행정 기관들이 지역 사업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마다 ‘민의 존중’이라는 미명 아래 여론조사가 만능이 되고, 조사결과를 면죄부로 ‘써 먹고’ 있다. 행정기관의 여론 조사는 사업에 대한 의견수렴보다는 의도하는 결과를 유도하는 측면이 오히려 강하다. 조사기관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고, 이를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조작된 조사 결과를 시민들의 뜻인 양 포장한다. 사업의 객관적인 타당성이미약할수록 여론 조사를 끌어들이고, 흔히 사회단체 등 ‘전위 기구’를 앞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민의는 진정한 시민의 뜻이 아닌, 의뢰자의 의도대로 조작된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인이나 행정기관의여론 조작은 섬김의 대상인 국민을 속인다는 점에서 ‘민의’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옥석(玉石)을 구분하는 것은 유권자와 시민의 몫이다. 당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려면 눈을 부릅뜨고 스스로 현명해지는 것이 최선이다. 나라와지역이 돌아가는 사정에 관심을 둬야 내 나라 내 지역이 발전한다. 시민이 깨어있지 않으면, 지역 일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언제든 조작될 수 있다.

/ 강찬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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