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지금 경제운영의 가치기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마치 재벌이나 공기업이 국가경제규범을 총체적으로 다스리고 있는 것처럼 한나라의 경제위상이 크게 변색되어가고있다.

정부가 공기업의 경영효율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지난날 공기업의비효율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정치와 관료주의 타성에 기인되었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마치 공기업이 정치적쟁취물이나 되는 것처럼 이용되고 인사정책의 난맥상 속에서는 경영능률이나 참신한 공기업의 위상이 정립될 수 없다.

다만 새 정부는 앞으로 공기업은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한 국민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영은 오너 체제만이효율을 증진한다는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연간 수백억 달러의 매상을올리는 대기업이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비율은 1% 내외에 불과하다.

국민의 주식회사로 최상의 능률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재벌 독주의 무한경쟁시대에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30대 재벌의 주력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광공업 전체 출하액 중 비중은 40%에달하고 있으며 계열기업을 포함하면 거의 70%에 달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상장된 우리나라 전체의 주식을 현시가로 계산했을 때 그중 어느 한 개의 특정재벌이 13.6%를 갖고있으며 15대재벌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비율이 38%에달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면에서도 우리나라 재벌은 엄청난 재력으로 파고들고있다.

시장 구조면에서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인 이른바 독과점형 시장이 품목 수 기준으로 64.6%에달한다.

재벌그룹이 이토록 독주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방만한 금융정책과 세제상의 특혜에서 비롯되고있다.

무엇보다도 재벌기업의 사업 확장이 자기능력 이상의 금융차입이나채무보증을 통해서 이루어  짐으로써 재벌기업의 재무구조악화와 한정된 금융자원의 편중배분이라는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공정거래 질서유지와 출자한도 제한조치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기 활성화나 공기업 민영화 시책 그리고 SOC 관련출자의예외 조치 등 경제의 형평과 공정성의 유지보다는 효율과 증진을 위한 정책적 선택이 우선되고 있다는 인상이 더욱 짙다.

자기자본비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미국 40.4%, 일본 31.2%, 대만50.5%에 비하여 우리나라 대기업은 23.8%로서 금융차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러한 금융 󰡒메커니즘󰡓 위에서는 재벌중심의 과다한 경제집중현상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없음은 물론 자본주의 체제가 대기업 중심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금융차입으로 대기업이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대출의 이자부담을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해 주는 한도를 자기자본의 3% 이내로 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감가상각비 처리도 만일 3년 이내에 시설자금이나 기술 충당금으로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가 다시 세금으로 환수해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이 비용으로 처리된 감가삼각비를 비업무용으로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쓰는 등 임의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세법상에 근원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체제가 올바른 경제이념 위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이 고루 확산되어야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5백만개 내외의 중소기업체가 있으며 이는 전체인구의 약 5%에 달한다.

이른바중산층의 안정 세력으로서 중소기업이 경제활동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통계에서 본다면 우리경제는 지금 상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하여 약 90만개의 기업체가 있다.

선진국으로의진입을 위해선 앞으로 1백만 개가 넘는 기업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이치에 서고 있다.

통일을 바라보는 변혁기에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작이 광역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재벌독주시대를 막고 공정한 시민자본주의로서 성숙된 경제규범과 질서가 뿌리 내릴 때 우리경제는 성숙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허성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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