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도내 전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최초 발생농가로부터 3km내 위험반경 지역에 추가살처분이 내려졌다.

인체 감염 우려로 매몰 작업의 인력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북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자원 봉사에 나섰다.

본지는 도의회사무처 직원들을 동행해 예측할 수 없는 가축전염병으로 시름에 젖은 도내 양계농가를 돌아봤다.

/편집자 주 

“닭을 기른 지 20여 년 동안 이 같은 일은 처음 당해 봅니다.

차마 볼 수 없다는 아버지를 대신해 나왔습니다.

”김제시 용지면 예촌리의 모 양계농장주 아들 김혁씨(29). 계사 주위로 구덩이를 파고 비닐을 까는 등 묵묵히 인부들의 살처분을 돕던 그도 막상 닭들이 10여 마리씩 마대에 담겨 쌓이자 결국 주저 앉았다.

김 씨는 “한 마리에 얼마씩 이라는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며 “반평생 닭만 보고 살아 온 아버지의 꿈과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도 닭은 단순히 생계수단을 너머 가족이었다고 했다.

15일 살처분이 예정된 김씨의 농장은 가는 길 곳곳에 ‘긴급방역’ 이라는 입간판과 함께 검역초소가 설치돼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최초 AI가 발생한 농장과 2km 가량떨어진 그의 농장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일대 5~6곳 농장과 함께 살처분이 내려졌다.

병에 약한 일반 육계용 닭들과 달리 산란계가 주인 그의 농장은 AI 발생지로부터 반경 3km 이내 ‘위험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여태껏 별다른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60m 가량의 계사 3동은각각 3만~3만5천마리의 닭들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산스럽게 모이를 먹고 알을 낳았다.

계사 안에는 다만 며칠 전부터 수거해도 내다 팔 수 없는 알들이 그대로 놓여있을 뿐이다.

이날 김씨의 닭들을 살처분 하는 데는 전북도 의회 사무처 직원 40여명이 동원됐다.

능숙한 인부의 살처분 설명이 끝난 뒤 2인 1개조로 계사에 투입된 직원들은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사전에 예방주사를 맞고 고성능 항생제(타미플루)를 복약했다.

양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닭을 살처분하기 위해 자루에 담아 옮기고 있다. /김인규기자ig4013@
하얀 마스크에 방역복, 장화와보안경, 장갑을 착용한 이들은 마대자루를 들고 계사에 들어가 살아있는 닭들을 10여 마리씩 담아냈다.

자루에 담긴 닭들은 한 곳에 쌓인 채 숨이 끊어진 뒤 곧 바로 매립됐다.

다소 어눌한 손놀림에 부산했던 초반 분위기는 갈수록 무거워졌다.

마대자루안에서 ‘생명’은 ‘죽음’으로 바뀌었고, 담아내는 손길도 기계적이 됐다.

그렇게 1만여 마리의 닭을 살처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8시간. 오전에 시작돼 오후 늦게야 마무리 됐다.

텅 빈 계사는 군데군데 수거되지 않은 계란과 닭 깃털, 발자국뿐이었다.

근처 닭이 매립된 곳에는 두꺼운 생석회가 뿌려졌다.

살처분을 돕기 위해 온 인근 농장주 임성진씨(33)는 “위험반경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농장에서도 하루 수십 마리씩 닭들이 죽어 간다”고 말했다.

임씨는 “반경 3km 이내 위험지역 지정이 무엇을 근거로 하는 지 모르겠다”며 “살처분이 진행된 김씨의 농장과 같은 출하 차량, 사료 차량이 드나드는데 이곳이 위험하면 저곳 역시 위험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임씨는 “경계지역 부산물(계란 등)은 위험하지 않다고 하지만 AI가 발생한 이후 단 한 개의 계란도 출하되지 않고 있다”며 “창고에 쌓아 둔 것이 7천 판이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임씨는 “단순히 농장주의 운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면서 “신속한 방역과 빠른 지원, 보상 등으로 농민들이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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