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마음 따라 올라갔던 하아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빛나는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심봉석 작사에 신귀복 작곡의 국민가곡이며 동시에 국민가요라고도 할 수 있는 ‘얼굴’. 1967년 어느 날, 서울 동도공고의교무실에서 이 곡이 태어났다.

아침에 교무회의가 열리고 있었는데 지루함에 지친 생물교사 심봉석이 먼저 음악교사 신귀복에게 소곤대며 말했다.

“교장 얘기 따분한데 서로 애인 생각하면서 노래나 하나 지을까? 제목은‘얼굴’이 어때?” “좋아. 심선생이 가사를 짓고 나는 곡을지어서 나중에 연결하자고.” 두 사람은 열심히 작업을 시도했다.

조회 후 동료교사들과 함께 음악실로향했다.

심교사의 가사를 오선지에 적어 두고 음을 쳐내려 갔다.

어떤이는 좋다 하나 또 어떤 이는 “맹물(생물)선생이 무슨 시를쓰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얼굴’이다.

이곡은 사춘기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풋풋함이 넘친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은 사춘기도 한참 지난 소녀가 아닌 건장한 청년교사들이었다.

두 교사가 즉흥적으로 지루함을 달래며 미지의 여인상을 머리 속에 상상하다 만든 곡이기도 하다.

두사람은 결혼 후 그 미지의 여인, 그 얼굴이 누구인지에 대해 부인들로부터 곤혹스런 추궁을 받았다는 후문도전해온다.

“고교시절 매일 우리집 앞을 지나가던 동그란 얼굴의 여학생이 있었지요. 말도 한번 건넨 일이 없고 이름도 모르는 소녀였으나 매일 만났으므로 통통한 얼굴이 인상에 남았나 봅니다.

” 억지로 ‘얼굴’의 모델을 찾으라면 그 여학생의 이미지를 닮은 허구의 여인이 모델이라는 것이 작사자의 설명이고, 작곡자 신귀복에게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자 대표곡이 됐다.

1983년 김성태편교과서에도 수록됐고 TV드라마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돼 대중적으로 애창받기에이르렀다.

특히 여고생과 여대생들의 애창곡이었음은 불문가지. 멜로디가 쉽고 콧노래로 부르기도 쉬워 에피소드가 많다.

자신이 작사·작곡했다는 가짜가 수없이 나타나 직접 그들을 만난 일도 있다고 한다.

관악구 모 학교 학생들은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이 작사, 작곡 둘다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느 날엔 검문소에서 신분증이 없어 곤란 겪을 때 ‘얼굴’을불러주고 작곡가라고 말하고 통과하기도 했다는 말도 전한다.

곡은 대중가수 윤연선이 불러 더욱 널리 알려졌다.

윤씨가 지구레코드에서 ‘얼굴’이 담긴 두번째 독집 앨범을 낸 것은 1975년.명지대에 다니며 대학연합 노래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얼굴’이라는 노래에 대해듣게 됐고 무작정 작곡자 신귀복씨를 찾아가 이 노래를 부르게 해 달라고 졸랐다.

지난 날 숱하게 불렀던 곡조 ‘얼굴’. 그러나 모두가 잊혀진 얼굴들아닌가. 하늘아래어딘가에서 또 이 곡조를 떠올리며 나와 같은 시절을 회상해 주면 고마울 일이다.

<한일장신대 음악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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