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빚어진 전통문양이다.

역사에서의 딱딱함은 걷어냈다.

만화처럼 술술 익히나 진중함도 포기하지 않는다.

조형방식은 집약적이면서도드라마틱하다.

전통이 대세인 만큼 주제도 시의 적절하다.

역사라는‘재료’에 서양화라는 ‘옷’을 제대로 입힌 셈이다.

서양화가 김동영씨(48· 김제덕암고 교사)는 관객을 백제시대로 데려간다.

교동아트센터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있는 개인전은 타임머신인 격이다.

‘백제, 하늘에서 내리고 땅에서 기름지다’라니 주제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 해도 그의 작품 매력은비단 ‘백제’에 머물지 않는다.

선조들의 기상과 넋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것이다.

“글쎄, 뭐랄까요. 지역문화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싶었달까요. 개인적으로는 제 뿌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일단 백제 문화에 담긴온화하고 우아한 세련미가 저를 유혹했어요. 다음으론 그들의 삶과 애환을 표현하고자 애썼지요. 역사란 입체감을 부여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기 때문이지요.”그가 전통을 고집한 데는 해외 아트페어가 큰 몫을 해줬다.

세계무대에서 작가들과 나란히 겨뤄 보니 우리 것 아니고는 파고들 여지가 없음을 인식한 것. 그 후부터 전통에 대한 지난한 탐색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 두 번, 중국에 한번 다녀왔습니다.

다른 나라 작가들과 교유하다 보니 왜 작품을 해야 하느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의심스러워졌어요. 그때 깨달았던 생각이 우리문화의 냄새가 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완전히 180도 달라졌지요.”정읍 감곡면에서 태어난 김씨의 당초 꿈은 학자였다.

판소리 등 전통문화를 즐겼던 부친 영향으로 음악취미도 남달랐다.

그러다고교시절 미술교사 권유로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다.

세상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법. 음이 있으면 양이 있기 마련이다.

그에게도 한동안 작업을 내팽개치던 시절이 있었다.

보증 섰던 것이잘못되면서 당시로선 속수무책이었다.

그 무렵 그가 ‘뭉크’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뭉크는 제겐 깨달음을 줬던 인물입니다.

한동안 시대상황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그의 세계에 푹 빠졌더랬지요. 이 무렵 제 작품세계도 체계화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의 인생에 있어 대학시절 은사였던 임옥상 교수도 빼놓을 수 없는인물. 말하자면 개념미술로 이끈 전도사였음은 물론이다.

그역시 물리적이거나 감각적 재료보다는 아이디어를 재료로 삼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김씨는 1500년 전 ‘멸망’이라는미래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백제시대 어느날에 현미경, 아니확대경을 들이댄다.

해석 모드는 간략화와 단순화다.

그를 통해 보는 봉황이나 당초, 연꽃무늬는 아름답다 못해 진중하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계기로 ‘연꽃’과 ‘봉황’에 방점을 찍는다.

대신 불상과 종 등으로영역을 확대하면서 내년 소리전을 기획하는 중이다.

 “인생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자신에게 꼭 어울리는 것을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또 쓸데없는 것들을 버려서 삶의 엑기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왜 중저가 의복이라도 자기답게 멋스럽게 입는 사람이 더 근사하지 않나요. 자기 내면을 가꾸는 사람, 자기 것을 나눌 줄 아는 이가 진짜 멋쟁이고 그들도 예술가라는 생각입니다.

”20여년 화력인생에교사와 작가로 살기가 쉽지 않았으련만 느릿느릿 역사 속을 유영하는 그. 그가 사는 방식은 과거를 통째로 캔버스에 옮기는 식이었다.

운수좋게도 이것이 관객을 움직였다.

마음 씀씀이의 향기는 행운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법인가.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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